2017.11.08 15:20
나와 세상을 바꾸는 독방 24시간


행복공장은 '성찰을 통해 개개인이 행복해지고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위기와 갈등을 극복하자는 취지'로 '나와 세상을 바꾸는 독방 24시간' 프로젝트를 기획하였습니다. 3월부터 5월, 9월부터 12월까지 매주말 스무 명 남짓의 사람들이 1.5평 독방에서 자신과 마주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24시간의 고요를 통해 내가 새로워지고 우리 사는 세상이 행복해지면 좋겠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행복공장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습니다)


[감옥에서 온 편지 20] 감옥에서 나오기로 하다

'내 안의 감옥' 에 다녀온 지 보름이 지났다.

가을의 문턱에서 따사로운 햇볕을 느끼며 1박 2일의 여행을 다녀오고 싶은 마음을 접고 홍천으로 향했다. 혼자 떠나는 여행의 필수품인 작은 수첩들과 부드럽게 잘 써지는 수성펜을 챙겼다. '감옥'에 가서 무엇을 할 것인지는 별로 정한 바가 없었다.

일찍 도착하여 잠시 시간의 여유가 주어지자 나는 마치 소풍을 나온 아이처럼 열심히 돌아다니고 사진을 찍으며 즐기느라 여념이 없었다. 성찰을 하러 온 것인 만큼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고요하고 차분한 마음을 유지해야 하지 않겠나.. 라는 생각이 스쳐 갔지만, 어찌된 일인지 생각과 마음은 일치하지 않았다. 나의 마음은 연두색 잔디밭에 가 있었고, 건너편에는 진한 회색으로 칠해진 감옥이 기다리고 있었다. 나의 마음은 감옥보다는 잔디밭이나 코스모스를 더 원한다는 사실을 수용하면서 나의 감옥 생활은 시작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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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방에 들어가서 가장 먼저 한 일은 방 안의 물건들을 잘 살펴보고 자리를 찾아주는 것이었다. 무엇으로 이 공간을 채울 것인지, 무엇을 바라볼 것인지 정하는 과정에서 마음도 차분하게 정돈이 되었다. 독방안에서 무엇이든 '창의적으로' 해보라는 안내는 단조로운 방안에서 재미를 느끼게 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마음이 어지럽고 해야 할 일들이 손에 잡히지 않으면 여행을 떠나고 싶어진다. 낯선 거리를 걷고,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보고, 맛난 음식을 맛보며 마음을 정리하는 것이다. 여행이 주는 행복 중 하나는 일상생활의 번잡함으로 둔해진 감각을 일깨우고, 풍부한 감각적인 경험을 얻는 것이다. 그런데 나는 좁은 독방에 가만히 앉아만 있었음에도 풍부한 감각적인 경험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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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참에 긴 일기를 쓰겠다던 계획은 완전히 버리고, 작은 방 안의 물건들, 창 밖의 고요한 풍경, 건너편에 어른거리는 사람의 그림자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마음이 단순해지니 주변의 모든 것이 음미의 대상이 되고 지루할 틈이 없었다. 걱정과 불안에 사로잡혀 복잡해진 마음은 어디에 있어도 행복하지 않다. 
일 년 내내 천하의 절경을 마주하고 있어도, 매일 매일 새로운 것들을 접해도 그 마음이 행복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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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행복을 가로막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차립니다'
'나를 가두고 있는 내 안의 감옥에서 나옵니다'

'휴휴-내 안의 감옥에서 나오기' 책자는 독방에서의 시간을 알차게 보낼 수 있는 길잡이가 되어 주었다. 
글을 쓰지 않지 않기로 하고 가만히 있다가 문득 책자를 집어 들었는데, 어느 순간 준비라도 해온 듯 술술 글을 쓰고 쉴 새 없이 그림을 그리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판결문을 쓰면서는 그동안 살아오면서 잘못했다고 생각하는 부분들을 냉정하게 돌아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름대로 노력한 부분을 인정하고 수용할 수 있었다. 사람들은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으면 주어진 환경을 탓하고, 주변 사람을 원망하고, 그것마저 안 되면 자책하고 절망에 빠진다. 그 모든 것이 감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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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는 자유가 있고, 원하지 않는 것을 하지 않을 자유도 있다. 
그리고 나를 불행하게 하는 내 안의 감옥에서 스스로 걸어 나오는 자유라는 것도 있다. 
감옥에 갇혀서 못 나온다고 생각하면 무력해지지만, 감옥에서 나오면 되지 라고 생각하면 힘이 생긴다.
내가 만들어 놓은 내 안의 감옥을 바라보는 것, 그 감옥에서 나오기로 마음을 먹는 것이야말로 행복의 출발점이 아닐까. 감옥을 나온 나는 '자유롭고 평화로운 삶, 나와 세상을 이롭게 하는 삶'을 살 수 있을 것 같다.

글 | 임태연 ('나와 세상을 바꾸는 독방 24시간' 참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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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행복공장장
2017.10.20 09:50

KOREAN POLICE STATION

나와 세상을 바꾸는 독방 24시간

행복공장은 '성찰을 통해 개개인이 행복해지고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위기와 갈등을 극복하자는 취지'로 '나와 세상을 바꾸는 독방 24시간' 프로젝트를 기획하였습니다. 3월부터 5월, 9월부터 12월까지 매주말 스무 명 남짓의 사람들이 1.5평 독방에서 자신과 마주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24시간의 고요를 통해 내가 새로워지고 우리 사는 세상이 행복해지면 좋겠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행복공장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습니다)

[릴레이성찰 프로젝트 시즌1 마무리] 순례의 길에서 탄생한 '아름다운 인간'들

오늘 "나와 세상을 바꾸는 독방 24시간" 체험의 마지막 프로그램을 마치고 출소하신 여러분께 축하인사를 드립니다. 반갑습니다, 여러분!


이렇게 인사드리면서도 저는 좀 민망합니다. 왜냐하면 이 프로그램 운영위원의 한 사람이지만 사실 저는 아직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저는 감옥을 참 싫어합니다. 1970년대 초 갓 20대에 들어선 나이에 학생운동에 참여해 감옥생활을 한 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행복공장의 제안을 줄곧 피하다가 오늘 인사말 하러 오게 되자 하는 수없이 오전에 한 시간 속성 체험을 했습니다. 정좌를 하고 창을 하염없이 바라보다가 맞은편 산이 '움직이는' 모습을 목도했습니다. 놀라서 좀더 자세히 바라보니 나무들이 바람결에 흔들릴 때마다 산이 살아 움직이는 듯 보인 것입니다. 그 체험은 지금으로부터 43년 전 무더운 여름 서울교도소 독방 창을 통해 떡갈나무의 잎들이 미풍에 흔들리는 모습을 하염없이 지켜보며 가슴이 벅차오르던 때를 떠올리게 했습니다. 그러면서 오래 전의 감옥 체험과 화해할 수 있는 가능성을 찾게 되었습니다. 이것만으로도 '오늘은 나의 것'입니다.


여러분도 어제 오늘의 이틀간 체험으로 각자 나름의 성찰의 기회가 있었을 것으로 믿습니다. 저는 여러분이 이 행복공장의 프로그램에 참여한 것은 '순례의 길'에 나선 것이라고 봅니다. 인간은 새로운 정체성과 라이프스타일을 창조하기 위해 신성한 힘을 가진 것으로 믿는 장소를 찾아가는데, 이게 바로 순례이지요. 본래 순례는 '이상적인 것'과 접속하게 해주는 그 장소의 가치관에 나를 맞추는 것이기에 행동이나 언어, 음식 등에서 제한을 받게 됩니다. 그런데 요즈음 관광상품화된 다양한 순례 길은 참여자의 소비욕망을 관철 시킨다는 점에서 여러분의 이틀간의 순례 길과 차이가 있다고 봅니다.


행복공장의 프로그램이 순례인 또다른 이유는, 일상의 삶이랄까 현재와 잠시나마 결별한 길에서 경험하고 들은 이야기의 기록, 성찰의 기억, '집으로 돌아온 이후'의 이야기들이 남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변화된 자기 모습의 증거로 다른 사람들과 공유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미 이 프로그램을 참여한 분들이 남긴 (허프포스트코리아와 행복공장 홈페이지에 실린) 기록을 흥미롭게 훑어보는 기회를 누렸습니다.


가장 공통적인 첫 체험은 '멍때리기'이더군요. 사실 이것이야말로 스트레스 해소에 좋은 방법이 아닌가요. 그리고는 밀폐된 독방 안에서 감옥 밖에서는 누릴 수 없는 자유를 만끽하게 되는 이 역설을 맛보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바쁜 일상에서 '시간 빈곤'에 시달리다가 문득 시간의 풍요로움을 깨닫습니다. 한 젊은 참여자는 "내가 흘려보내고 있던 순간순간이 이렇게 길게 쓰일 수 있는 시간이었는지를 새삼 느꼈다. 정말 소중하게, 의미있게 쓸 수 있었던 시간들이었는데, 흘러간 시간들이 아까웠고, 앞으로의 시간들이 귀해졌다"고 털어놓습니다.


어떤 분들은 삶의 변곡점에 대해 성찰하기도 합니다. 가장 행복했던 때, 가장 불행했던 때를 깊이 돌아봅니다. 그중 제가 특히 가슴 뭉클하게 느낀 것은, '80세의 내가 현재의 나에게 보내는 편지'에 대한 기록들입니다.


그렇다면 그런 성찰의 성과는 무엇일까요. 어떤 분은 "나를 행복하지 못하게 막는 내 안의 감옥은 무엇인가"에 대해 골똘히 생각하다가 '죄책감과 분노'를 '답'으로 찾아냅니다. 그러면서 "이제 나는 서슴없이 '행복하다'고 말한다"고 기록합니다. 이 대목을 대할 때 참으로 부럽더군요.


그분의 체험에 비하면, 대부분의 분들은 '집으로 돌아온 이후' 각자의 생활에 있어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고 혹 느끼게 되지 않을는지요. 그런데 그렇게 말한 분도 "무언가 지속적으로 꿈틀대는 무엇인가가 있다. 그것이 무엇인지 아직은 정확하게는 모르지만 분명히 내 속에는 무엇인가가 생겨났다"고 증언합니다. 그것은 "빛 한 줄기의 틈" 같은 것으로 묘사됩니다.


저는 "우연히 이 곳에 대한 소개글을 보고, 너무 반가워서 보자마자 신청했다"는 분이 남긴 기록에 깊이 공감하였습니다. 그분은 "나는 요즘 '자아를 찾아 떠나라'는 사람들처럼 현실을 버리고 떠날 용기는 없다. 그렇다고 현실을 누구보다 잘 살아낼 그릇도 가지지 못했다. 24시간 동안 갇혀있는 기회를 통해 그 둘 다를 지킬 수 있게 해줘서 고마웠다"고 밝힙니다.


사실, '24시간의 감옥' 프로그램이든, 요즈음 유행하는 명상이나 요가나 마음 훈련 등을 통해 새로운 자아의 의미를 획득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일시적으로 맛본 수행력은 완성될 수 없는 능력이기 때문에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고 그렇게 하기 위해 함께 같은 길을 가는 사람들과의 지속적인 연결과 지원이 요청됩니다. 더 나아가 이러한 개인적 수행이 자칫하면 사회적 폐해로부터 무관심하거나 거리를 두는 삶의 태도로 이어지기 쉽다는 것도 경계해야 하지 않을까요. '순례의 길'에서 형성된 새로운 자아가 불평등한 사회구조를 꿰뚫어 볼 수 있는 공공적 심성 또는 사회적 영성으로 이어지길 기대합니다.


끝으로, 저는 오늘 오후 출소자 여러분들을 순례의 길에서 탄생한 '아름다운 인간'이라고 이름붙여 드리고 싶습니다. 순례하는 인간상이 대표하는 아름다움의 가치가 무엇인지는 저 자신 좀더 탐구해볼 과제입니다만, 이 자리에서는 오감을 통해 음미하는 미에 대해 강조하고 싶습니다. 21세기 들어 시각만이 아니라 오감을 동원한 종합적 사고를 수행하는 경험이 점점 더 주목되고 있습니다. 몸으로 생각하기가 '알기'의 객관적인 방법과 주관적인 방법을 결합하는 창조적 사고의 핵심으로 중시됩니다. 저는 오늘 오후 여러분들과 몸으로 부딪히며 '다함께 놀이' 활동을 즐겼습니다. 아마 제가 최고령 참여자가 아닐까 싶은데 저로서는 근래 좀처럼 해본 적이 없는 체험입니다. 특히 두 편으로 나눠 깍지 낀 손바닥에 고인 물을 릴레이로 운반하는 놀이를 하면서 처음에는 이기겠다는 생각에 정신없다가 점차 서로 연결된 손의 촉감을 느꼈는데, 그 감각의 기억은 오래 제 몸에 남아 있을 것입니다.


당일 현장에서는 유쾌하고 활기찬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을까 망설여져 준비했음에도 읽어드리지 못한 윤동주 시인의 시 한편 소개합니다. 올해 마침 그의 탄생 100주년이기도 한데, 저는 그를 '아름다운 사람'으로 여기기에 여러분에게 출소 선물로 알맞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새로운 길


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어제도 가고 오늘도 갈
나의 길 새로운 길

민들레가 피고 까치가 날고
아가씨가 지나고 바람이 일고

나의 길은 언제나 새로운 길
오늘도...... 내일도......

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글 | 백영서 (연세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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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행복공장장
2017.10.17 19:26

나와 세상을 바꾸는 독방 24시간

행복공장은 '성찰을 통해 개개인이 행복해지고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위기와 갈등을 극복하자는 취지'로 '나와 세상을 바꾸는 독방 24시간' 프로젝트를 기획하였습니다. 3월부터 5월, 9월부터 12월까지 매주말 스무 명 남짓의 사람들이 1.5평 독방에서 자신과 마주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24시간의 고요를 통해 내가 새로워지고 우리 사는 세상이 행복해지면 좋겠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행복공장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습니다)


[감옥에서 온 편지 19] 내 삶에 작지만 큰 쉼표

행복공장 성찰 프로젝트는 내 삶에 작지만 큰 쉼표였다. 30여년 인생을 살면서 오롯이 나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본 적이 거의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나 자신에 대해 스스로 생각할 시간이 별로 없었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내 자신과 마주 앉아 대화를 할 수 있었다.

토요일 아침, 이 프로젝트 또한 하나의 스케줄이라 생각하고 3시간여 운전한 후 홍천 행복공장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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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하자마자 참가자들과 인사를 나눈 후 개인 사복을 벗고 수의(?)로 갈아입었다. 수의라고 하기엔 무척 편안했다. 서로간의 참가 동기와 담소를 나눈 후에 점심 식사를 하였다. 행복공장답게 식사는 채식이었다. 밥은 편안하고 매우 맛있었다. 식사 후 행복공장 근처 논길, 밤나무길, 대추나무길에서 산책을 하였다. 아직 수확하지 않은 노란 벼를 오랜만에 직접 손으로 만져보았다. 고소한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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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을 간소하게 챙긴 후 입실하였다. 이제 20시간 외부와 단절된 채 혼자 있어야 한다. 종이 울리고 스마트폰도 반납하였다. 문이 철컥 잠긴다. 바깥은 약간 구름에 해가 중천에 떠 있었다. 식사 후 산책을 해서인지 피로감과 졸음이 오기 시작했다. 오침을 취했다.

몇 시간이 지났을까. 바깥은 점점 어두워지고 있었다. 문 쪽을 바라보니 고구마 1개와 쉐이크 1병이 도착해있었다. 저녁식사이다. 평소 같았으면 이것의 3배 이상은 먹었겠지만 천천히 음미하면서 맛있게 먹었다. 먹으면서도 이 정도면 충분한 양이라고 생각했다.

그 동안 쉼 없이 달려왔다고 생각했다. 마치 폭주기관차처럼 앞만 보고 달려왔다. 중간에 의도치 않은 공백기가 있었지만, 그건 휴식이 아닌 다른 것을 준비하기 위한 일종의 통과의례였다. 밤이 다가오는 것을 보면서 그동안의 인생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 창피하고 괴로운 기억들도 있었지만 늘 결론은 긍정적으로 내리자고 다짐하였다. 밤이 완연한데 별과 달이 잘 보이지 않았다. 구름이 얄미웠다.

몇 시간을 또 잠들었을까. 시계를 안 가져온 탓인지 몇 시인지 파악되지 않았다. 심심하지만 이렇게 고요한 것도 재미있는 경험이라 생각했다. 주변 물품들을 꺼내보았다. 과거 참가자들의 낙서장도 자세히 보고, 문구 상품에 써진 작은 글씨들도 한번 읽어보았다. 누군가가 다 의미있게 남긴 흔적들이라 생각하니 뭔가 흐뭇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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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이투데이 최유진 기자)

아침 식사가 도착했다. 땅콩 죽, 야채, 과일이었다. 배고픔을 생각지 못했는데 음식을 보니 허기가 진 것도 같았다. 맛있게 다 비우니 바깥은 어느새 밝아왔다.

종이 울렸다. 철컥 문이 개방되었다.

샤워를 하고 스마트폰을 받았다. 왠지 모르게 켜고 싶지 않았다. '폰아 너는 좀 더 쉬게해주마.' 사실 내가 더 쉬고 싶은 것인지 모르겠다. 사람들과 마주앉았다. 서로 간의 소회를 밝혔다. 사람들 표정은 다 밝았다. 감옥에서의 시간 때문에 밝은 것인지 가석방이 되어 밝은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20시간은 좀 짧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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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복으로 갈아입었다. 사람들과 인사도 나눴다. 차 시동을 걸었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하고 이 큰 쉼표는 내 가슴속에 담아두면 될 것이다.

글 | 양주진 ('나와 세상을 바꾸는 독방 24시간' 참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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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행복공장장
2017.09.27 10:50

나와 세상을 바꾸는 독방 24시간

행복공장은 '성찰을 통해 개개인이 행복해지고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위기와 갈등을 극복하자는 취지'로 '나와 세상을 바꾸는 독방 24시간' 프로젝트를 기획하였습니다. 3월부터 5월, 9월부터 12월까지 매주말 스무 명 남짓의 사람들이 1.5평 독방에서 자신과 마주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24시간의 고요를 통해 내가 새로워지고 우리 사는 세상이 행복해지면 좋겠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행복공장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습니다)


[감옥에서 온 편지 18] 나를 찾으러 간 곳

행복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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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들었을 때, 왠지 옛 시대와 현시대를 조합해 놓은 듯한, 어울리지 않는 느낌을 가지게 하는 어색한 단어였다. "한 번 가지 않을래요?" 라는 한 번의 꾀임으로 "좋아요, 나 시간 있어요." 라는 확답을 주며 경험하게 된 행복공장 나들이였다.

이런 종류의 프로그램은 처음이었다. 소개시간에 좀 떨렸다. 나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면 늘 긴장하게 된다. 마음이 뒤죽박죽 정리 되어 있지 않아서, 무엇을 먼저 꺼내야 할지 모르는 탓일 것이다. 지나간 과거는 과거대로 정리없이 한쪽 구석에 밀쳐두고, 내 마음은 늘 다음을 향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무 일도 하고 있지 않으면, 원인 모를 불안감을 느낄 정도로 정신없이 살아왔다. 

가이드북 한권을 배부 받아서 가방에 넣고 나를 찾으러 감옥으로 들어갔다. 아마도 '이 정도는 생각해야 되지 않을까' 라는 의미에서 챙겨주신 배려라는 생각이 들었다. 원장님께서는 부담 갖지 말라는 당부를 하셨지만, 방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얼른 해치워야겠다는 생각으로 가이드북을 열었다.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떠올려야 했다. 정말 충격적이게도 나에게는 오직 한 장면만이 스쳤다. 나는 자식도 평균보다는 많다. 그 아이들이 이미 성년이 된 이때를 맞이하느라 수없이 많은 행사와 기념일들이 있었고,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그 많았던 순간들이 단지 기억으로만 남아 있다. 나는 무엇을 위해서 어떻게 살아온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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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행복하기 위해서 산다고 말한다. 나도 행복하기 위해서 산다고 생각했다. 다른 사람과 나를 비교하면서 돈도 많이 벌고 성공도 하고 싶었다. 일도 잘하고, 아이들도 잘 키우고 싶었다. 힘들고 어려웠던 어린 시절이 생각날 때마다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다짐했다. 그것이 행복을 이루는 길이라 믿으며 살았다. 그런데 적지 않은 나이에 나를 돌아보면서 행복을 느끼며 살지 못한 나를 발견하였다.

일상으로 돌아와서도 행복에 대하여 고민하게 되었다. 남편과 행복했던 그 순간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다. 남편은 "그 때는 우리가 가난하고 힘들었던 시절 이였잖아" 라고 답했다. 내 생각도 다르지 않았다. 왜 나는 오로지 그 한 순간만을 행복이라 느꼈는가? 그때는 다른 때와 어떻게 달랐는가? 나름의 답을 찾았다. 그 순간에 대한 집중인 것 같다. 미래에 대한 걱정이나 과거에 대한 집착 없이 고요한 평화와 함께하는 그 순간에 대한 집중이 바로 행복이 아닌가 생각한다. 내가 행복이라고 느꼈던 순간이 바로 그랬다.

지금 나는 내 마음의 고요함을 찾기 위해 열심이다. 틈틈이 책을 읽고, 걸으면서 나를 찾고 있다. 이제는 때때로 스치는 바람에 눈을 감고 바람을 느낀다. 나뭇가지 그림자 속에서 반짝이는 햇빛을 보면서 평화를 느낀다. 80살의 내가 지금의 나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 새로운 시작을 기뻐해. 니가 행복공장에 다녀온 이후로 내가 살아온 인생을 다시 살게 될 걸 생각하니 너무 기쁘다." 라고 쓴 것처럼 매 순간에 집중하며 행복하게 살게 될 것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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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길에 매실나무 꽃을 보면서 "너무 이쁘지요" 라고 이사장님이 말씀하셨다. 그런 말을 그렇게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중년 남자를 본 적이 없다. 정말 맛있는 밥을 만들어 주신 분, 우리를 불편 없이 지내게 하려고 부지런히 움직이던 스텝분들, 프로그램에 함께 참여해주신 분들, 특별히 작별인사로 가볍게 안아주시던 행복공장 원장님께 감사드린다. 이 순간 그분들의 따뜻하고 소박한 향기가 전해온다.

글 | 유윤숙 ('나와 세상을 바꾸는 독방 24시간' 참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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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행복공장장
2017.09.26 10:42


2017년 9월 23일 ~ 24일


릴레이 성찰 시즌2 첫 번째 이야기가 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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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옷을 입기 시작한 홍천 수련원이 참가자들을 반깁니다.


선선한 날씨에 기분이 좋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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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일정 시작에 앞서


언론에 소개된 릴레이 성찰 프로젝트 영상을 보며 가벼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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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시청 후 둘러 앉아 자신을 소개하고 상대방을 알아갑니다.


가슴 속 깊은곳에 있던 감정이 자연스레 상대방에게 전해집니다.


웃고 우는 사이에 서로 간에 어색함은 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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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 밖에서 먹는 마지막 식사 후 산책을 나섭니다.


자연을 느끼며 꽃도 보고 밤도 주워봅니다.


밤을 주우며 가을을 낚는다는 것이 이것이구나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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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방 밖에서의 시간을 마무리하고 온전히 자기 찾기를 위한


독방 여행을 떠납니다.


시간도 세상의 소식도 차단하며 계속해서 자신을 비웁니다.


비우고 비우다 보면 무언가 채워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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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과의 시간을 마치고 나온 참가자 분들의 얼굴에는


행복을 담은 미소가 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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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누기 시간을 가지며 서로의 감정을 이야기합니다.


같은 건물 비슷한 공간이지만 각자 느낀 감정의 거리는 멀면서도 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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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가 서로에게 가석방 증명서를 나누며 격려하고 축하합니다.


안에 내용처럼 자유롭고 평화로운 삶, 나와 세상을 이롭게 하는 삶을 살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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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자분들도 스탭도 즐거운 1박 2일이 였습니다.


릴레이 성찰 시즌2 첫 시작을 함께해 정말 좋았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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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행복공장장
2017.09.21 23:41

나와 세상을 바꾸는 독방 24시간

행복공장은 '성찰을 통해 개개인이 행복해지고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위기와 갈등을 극복하자는 취지'로 '나와 세상을 바꾸는 독방 24시간' 프로젝트를 기획하였습니다. 3월부터 5월, 9월부터 12월까지 매주말 스무 명 남짓의 사람들이 1.5평 독방에서 자신과 마주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24시간의 고요를 통해 내가 새로워지고 우리 사는 세상이 행복해지면 좋겠습니다. (자세한 내용 및 참가신청은 행복공장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습니다)

[감옥에서 온 편지 17]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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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방에 갇힌 채 하루를 보냈다. 내 몸의 감각에 집중했고 오로지 나만 생각했다. 누구도 방해하지 않는 1.5평짜리 방. 그곳에서 최고의 자유를 누렸다.


지난 주말에는 감옥에 갔다. 범죄를 저질렀거나 누군가를 면회 간 게 아니다. 내 발로 독방에 갇히길 자처했다. 벌써 눈치 챘겠지만 진짜 감옥은 아니다. 강원도 홍천에 있는 '행복공장 내 안의 감옥'은 감옥 콘셉트의 명상 공간이다. 이곳에서 참가자들은 짧게는 20시간, 길게는 60시간 넘게 독방에서 보낸다. 많고 많은 시설 중에서 왜 감옥일까. 행복공장을 지은 권용석, 노지향 부부는 현대인들이 온전히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자 했다. 검사 출신의 변호사 권용석 씨는 오랫동안 밥 먹을 시간도 없이 일에 파묻혀 보냈다. 건강이 나빠지고 일에 지칠 때쯤 문득 감옥을 떠올렸다. 하루라도 독방에서 쉰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 바람은 28개의 독방을 갖춘 '내 안의 감옥'으로 현실이 됐다.


역설적이게도 감금을 전제로 하는 내 안의 감옥은 자율성을 가장 중시한다. 갇혀 있는 동안 방에서 무엇을 하든 간섭하지 않는다. 나도 이 여정에 동참하기로 했다. 감옥에 도착해 사회에서의 마지막 밥을 먹었다. 감옥 안에서는 고구마, 과일 등 간단한 음식이 제공된다고 했다. 밥을 조금만 더 먹을까 욕심이 났다. 감옥은 감옥이었다. 수감 시간이 다가오자 초조했다. 괜히 앞마당을 거닐며 햇살을 받고 바람을 쏘였다. 갇힌다고 생각하자 두려움이 일었다. 내가 미쳤지 왜 이 좋은 날에 감방에 들어가기로 했을까 후회가 들었다. 오후 2시. 방으로 들어섰다. 세로로 긴 방에는 세면대와 화장실이 있었다. 다행이다. 이만 하면 웬만한 서울의 고시원보다 좋다. 바깥 풍경을 볼 수 있는 큰 창이 있어 답답함이 느껴지진 않았다. 얼마 안 되는 짐을 풀고 휴대폰을 밖으로 내놨다. 이곳에선 책, 휴대폰, 전자기기의 반입이 일절 금지된다. 상사의 문자와 이메일, 허세 가득한 SNS와도 이별이다. 오히려 속이 후련했다. 달칵. 밖에서 문이 잠기며 속세와 완전히 단절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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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초 편지>의 저자이자 감옥에서 13년을 보낸 황대권은 한 평짜리 방안에 혼자 앉아 있으면 자기 몸밖에 갖고 놀 게 없다고 했다. 한 평짜리 방안에서는 내가 우주요, 내 주변의 모든 사물이 내 몸의 일부로 깨닫게 된다는 말이다. 독방에 들어오자 정말 할 일이 없었다. 나는 그의 말처럼 가만히 누워 나를 장난감 삼아 놀기 시작했다. 온몸을 쭉 뻗어 방의 크기를 재보았다. 팔을 양옆으로 쫙 뻗고 벽에 손이 닿을 1.5평의 크기를 몸으로 익혔다. 손과 발을 천천히 움직이다 스트레칭도 하며 나는 어느 시인을 떠올렸다. 집을 떠나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에 머물던 시인 백석도 같은 마음이었을까. 그가 말한 그 굳고 정한 갈매나무처럼 마침 내 방 앞에도 나무가 보였다. 나는 오랜 시간 누워 나무와 창밖으로 떨어지는 해를 감상했다. 시계를 가져오지 않은 게 참 잘했다 싶었다. 해가 지고도 밝음의 기운은 오래 대지에 머물렀다. 깜깜해질 때까지 불을 켜지 않았다. 자연의 빛으로 시간을 짐작하고 하루를 소비했다. 변하는 공기의 온도를 느끼며 밤을 맞았다.


지나온 시간을 되돌아보며 글을 썼다. 엇갈린 인연들에 대한 미련, 스스로에 대한 불신, 과거에 대한 후회와 자책 등이 주마등처럼 머리를 스쳐갔다. 이미 다 지난 일이다. 푸닥거리하듯 글을 쓰며 응어리를 풀었다. 밤은 길었고 써야 할 말은 늘어갔다. 새벽이 되어서야 불을 끄고 잠이 들었다. 1시간에 한 번씩 울리는 종소리로 얼추 시간을 짐작했다. 오전 7시 30분. 문에 달린 구멍으로 아침 식사가 들어왔다. 지금 할 일은 먹는 일뿐이다. 오물오물 입안에 담긴 쌀죽을 씹으며 맛을 음미했다. 죽이 달았다. 한 번에 하나의 행동만 하니 감각은 더욱 섬세하게 느껴졌다. 이곳에서는 내 자신과 마주하며 철저하고 이기적으로 나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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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톤은 육체는 영혼을 가두는 감옥이라고 보았다. 그의 말에 따르면 영혼은 육체라는 감옥 속에 꼼짝없이 감금된 채 이 세계에 존재하는 것들을 고찰한다. 육체마저 감옥에 갇힌다면 영혼은 어떻게 될까. 이중의 감금을 당한 영혼은 더한 고통을 겪거나 반대로 해탈의 경지에 이를지도 모른다. 나는 후자가 맞다고 생각한다. 멈춰야 비로소 보이는 것처럼 갇혀야 드디어 깨닫는 것들이 있다. 비단 바깥의 공기, 햇살과 자유를 일컫는 게 아니다. 신체를 옭아매고 감각을 무뎌지게 만드는 사회는 감옥과 마찬가지였다. 오로지 나만 집중하는 작은 공간에 갇혀서야 나의 존재와 감각을 오롯이 느끼게 됐다. 오전 10시, 종이 울리고 문이 열렸다. 나는 세상 속으로 다시 걸음을 내디뎠다. 어제와 달리 인생의 수인囚人이 아닌 주인主人이 당당하게 걸어나가고 있었다.


글 | 안하현 ('나와 세상을 바꾸는 독방 24시간' 참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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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행복공장장
2017.09.21 23:40

나와 세상을 바꾸는 독방 24시간

행복공장은 '성찰을 통해 개개인이 행복해지고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위기와 갈등을 극복하자는 취지'로 '나와 세상을 바꾸는 독방 24시간' 프로젝트를 기획하였습니다. 3월부터 5월, 9월부터 12월까지 매주말 스무 명 남짓의 사람들이 1.5평 독방에서 자신과 마주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24시간의 고요를 통해 내가 새로워지고 우리 사는 세상이 행복해지면 좋겠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행복공장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습니다)



[감옥에서 온 편지 16] 타인의 시선이라는 감옥

행복공장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 중 하나인 "내 안의 감옥"은 단순한 방법을 통해 나를 포함한 참가자들을 각각의 고유한 경험으로 이끌었다. 모두는 같은 것을 겪더라도 전혀 다른 인격체가 되고 그만의 삶을 산다. 물리적 감옥에 갇혀있는 동안 정신적인 여행으로 무엇을 얻었는지는 어쩌면 극히 개인적인 이야기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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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프로그램이 시작되면 1시간의 간단한 OT와 함께 참가자들과 둘러앉아 1.7평 독방에 들어가기 전 소감을 말한다. 당시 나는 이렇게 말했다. '사실 해보지 않은 것에 대해 알 수가 없고 처음 참여하는 것이어서 경험 한 후에야 이것이 어떠할 지 알 수 있겠다."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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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에 들어가니 의외로 마음이 편안했다. 스스로에게 어떤 과제나 해야 할 일, 할 수 있는데 해야만 할 것들을 손에서 놓고 있다는 일종의 죄책감을 주지 않아도 되었다. 우리는 언제부터 보이지 않는 것들에 쫓기고 다른 이들의 시선에 나를 맞추기 시작한 걸까? 시간이 흘러 저녁 식사가 방문의 사각구멍을 통해 들어오는데 방안의 나를 녹화 중인 소형 카메라의 렌즈를 보고는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사전에 동의를 구했음에도 방송사에서 설치한 이 작은 검정색의 물체는 나의 사고를 자기 검열의 순환 고리에 묶어버렸다. 내가 뭘 했지? 요가를 했던 것도 같은데... 사실 그 몇 시간 동안 무엇을 했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내가 무엇을 느꼈는지도 중요하지 않았다. 그 카메라의 작은 메모리 칩은 세상 인파의 뇌였고 나는 그들의 기대에 부응했는지, 얼굴을 붉힐 만한 일은 없었는지로 생각의 틀은 줄어들었다.

* 김수연 님이 참가자로 출연한 SBS 프로그램 뉴스토리

줄어든 틀을 가만히 보다가, '네가 내 감옥이었니' 하는 생각에 나를 객관적으로 보기 시작했다. 언젠가 내가 원했을 나에게로 가는 길을 선택할 때 나는 그것을 타인의 시선으로 한정 지었다. 그들이 바라는 나는 사실 스스로에게 원하는 모습을 투영한 것이었다. 본래의 모습을 줄이기도 늘이기도 하면서 틀에 꼭 맞게끔. 그래서 스스로 하여금 그것이 나의 본 모습이라고 믿게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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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방에서 나 뿐이고, 자유로웠을 나는 이미 없었다. 이미 내 마음의 나침반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는 보지 않기로 했다. 그 전의 사고로 돌아가는 것은 불가능했으며 어떤 움직임이 자연스러운 것이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한편, 각자의 삶에서 시선을 거두는 것이 서로에게 필요한 만큼의 여유를 준다는 것을 아는 것, 그리고 그와 상관없이 나는 어떠해도 괜찮다는 걸 떠올려 보았다. 외국에서 고등학교 유학 시절 중, 특히 호기심 많고 천진난만하면서도 배려를 잃지 않는 친구들을 좋아했었다. 그 친구들은 타인에 대한 배려만큼이나 스스로에 대한 존중도 잃지 않았다. 그들이 문득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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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독방시간이 끝나고 다시 참가자들과 둘러앉아 소감을 이렇게 말하며 끝마쳤다.

"타인과 함께 있을 때 제 스스로에 대한 감정에 충실할 수 있고, 혼자 있을 때는 타인에게 대하는 것처럼 존중과 배려를 잃지 않을 수 있다면 그때쯤에 제가 내 안의 감옥에서 나왔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글 | 김수연 ('나와 세상을 바꾸는 독방 24시간' 참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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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행복공장장
2017.07.25 14:13
나와 세상을 바꾸는 독방 24시간

 

행복공장은 '성찰을 통해 개개인이 행복해지고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위기와 갈등을 극복하자는 취지'로 '나와 세상을 바꾸는 독방 24시간' 프로젝트를 기획하였습니다. 3월부터 5월, 9월부터 12월까지 매주말 스무 명 남짓의 사람들이 1.5평 독방에서 자신과 마주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24시간의 고요를 통해 내가 새로워지고 우리 사는 세상이 행복해지면 좋겠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행복공장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습니다)

 

[감옥에서 온 편지 15] 화려한 다른 어떤 여행보다...

 

주어진 과제와 해야 할 일의 목록을 신경쓰지 않고 마음과 머리를 맑게 비워보고 싶었다. 주말에도 분명 몸은 쉬고 있는데도 늘 마음은 쫓기는 기분이었다.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지만, 일상의 무게 앞에서 그저 미뤄두기만 했다. 이러저런 이유로 마지막 주에야 참여하게 된 릴레이성찰 독방 24시간 프로그램. 오리엔테이션을 끝내고 핸드폰을 반납했다. 짧은 시간이지만 외부와 단절된다고 생각하니, 독방에 입실할 때 잠시 긴장이 되기도 했다.

 

 

정면으로 보이는 큰 창문 앞에 단촐한 책상 하나와 차를 마실 수 있도록 준비된 소박한 다기가 놓여 있다. 마음이 차분해 졌다. 독방체험이니까 혹시 고립감이나 답답함이 느껴지면 어쩌나 걱정도 약간 했었는데, 오히려 이 낯선 방문자를 환대해 주는 존재들이 거기 있었다. 바로 창밖으로 보이는 나무들과 햇살, 그리고 새소리와 바람이었다. 처음 한 동안 가만히 앉아 천천히 차를 마시면서 흔들리는 나뭇잎과 시원한 바람을 충분히 느껴보았다. 각자의 몫으로 주어진 삶을 소란떨지 않고 묵묵히 받아들이며 주변과 어우러져 살고 있는 자연의 모습을 통해 다시금 삶의 지혜를 배운다.

 

 

시간이 흐르고 고요한 침묵만이 주변에 가득하다. 뉴스도 없고, 휴대폰도 없고, 책도 없다. 외부의 모든 자극과 소음이 사라진 적막한 공간에 홀로 있으니, 내면의 움직임에 민감해지고 오감이 깨어나는 것 같다. 천천히 음미하는 차 한모금, 밥 한숟갈, 과일 한 조각을 과연 내가 언제 이토록 생생하게 느껴본적이 있었나 싶다. 평소에 무의식적으로 흘려보낸 것들, 눈길을 주지 못했던 존재들이 눈에 보였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고 했던 시인의 말이 떠올랐다.

 

 

어둠이 찾아오고 독방도 조금 익숙해 졌다. 문득 어쩌면 최대한 단촐한 삶을 살고자 한다면 1.5평 작은 공간만으로도 충분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사람 사는데 그렇게 넓은 공간, 많은 것들이 필요했던가 돌아보게 되었다. 나는 얼마나 많은 잡동사니들을 채우고 사는지 화들짝 놀랐다. 치장하고 소유하느라 하나 둘 쌓인 수많은 물건들을 떠올리자니 불안하고 공허한 내 마음의 흔적들을 보는 것 같았고, 버리지 못한 많은 책들도 결국 사람들에게 인정받으려는 안간힘처럼 보여서 갑자기 스스로 참 안됐다는 감정이 밀려왔다.

 

 

평소에는 알람을 세개나 맞춰놓고 자도 피곤할 때는 간혹 놓치기도 하는데, 공기가 좋아서인지 정신이 맑아서인지 6시 이른 아침, 어디선가 들려오는 오르골 소리같은 작고 청아한 소리에 눈이 떠졌다. 가벼운 몸으로 일어나 이불 정리와 세면을 마친 후, 창문을 열고 상쾌하고 시원한 바람을 맞이했다. 그리고 맑은 정신으로 백팔배를 했다. 처음으로 끝까지 해본 백팔배를 통해 나는 또 한번 몸을 다스리는 일이 마음을 다스리는 일임을 깨닫는다. 낮추고 엎드리는 동작을 반복하면서 자연스럽게 마음도 낮아지는 것 같았다. 절을 할수록 나이만큼의 부족했던 지난 날의 허물들이 떠올라서 눈물이 났고, 오늘의 내가 존재하기까지 나를 키우고 만들어준 귀중한 많은 인연들이 떠올라서 그들에게 감사했다.

 

 

24시간, 무엇을 하느냐에 따라 짧을 수도 있고 혹은 길 수도 있는 시간이다. 어떤 방해도 없이 독방에서 오롯이 내 자신의 내면을 마주했던 이 고요한 시간이 또 그리워질 것 같다. 화려한 다른 어떤 여행보다 값진 시간으로 내 마음에 새겨져 있다.

 

 

글 | 박선희 ('나와 세상을 바꾸는 독방 24시간' 참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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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18 15:03
나와 세상을 바꾸는 독방 24시간

 

행복공장은 '성찰을 통해 개개인이 행복해지고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위기와 갈등을 극복하자는 취지'로 '나와 세상을 바꾸는 독방 24시간' 프로젝트를 기획하였습니다. 3월부터 5월, 9월부터 12월까지 매주말 스무 명 남짓의 사람들이 1.5평 독방에서 자신과 마주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24시간의 고요를 통해 내가 새로워지고 우리 사는 세상이 행복해지면 좋겠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행복공장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습니다)

 

 

[감옥에서 온 편지 14] 행복공장에서 찾은 행복

 

 

바쁘고 정신없는 도심에서 벗어나 한적한 곳에서 아무 생각 없이 편하게 쉬고 싶었다. 바깥 풍경을 멀리 바라볼 수 있는 큰 창이 마음에 들었다. 20시간 동안 누워서 혹은 앉아서 창을 통해 파란 하늘을 바라다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함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았다. 핸드폰이 곁에 없음에 감사했다. 아마도 핸드폰이 있었다면 이런 풍경을 온전하게 느끼지 못했을 것 같았다.

 

 

쉼이 목적이었지만 그래도 20시간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기에는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문득 들어 자세를 고쳐 앉아 내 자신에게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한 다섯 줄 정도 써내려가다 '요즘 행복하니?'라는 질문을 툭 던졌다. 특별한 일 없이 무탈하게 잘 지내고 있는 요즘이었기에 당연히 술술 써내려갈 수 있을 것 만 같았는데 선뜻 답을 하지 못했다. 당혹스러웠다. 그로부터 4시간이 지나서야 편지를 이어갈 수 있었다. '왜 선뜻 답을 이어가지 못했을까'라는 말로 시작하여 두서없이 머릿속에 생각나는 대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써내려갔다.

 

 

어릴 적부터 일기 쓰는 것을 좋아했다. 특히 고민이 있을 때. 명쾌하게 해결되는 건 아니지만 일기장에 써 내려가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편안함을 느꼈다. 나에게 쓰는 편지도 그랬다. 명쾌하게 답을 내릴 순 없었지만 좀 더 행복해지기 위해 현재 내게 어떤 것이 필요한지 어렴풋이 생각이 정리되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런 시간을 갖고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감이 느껴졌다. 드디어 편지를 마무리했다. 편지를 쓰기 시작한지 11시간 만이었다. 편지에서 나는 과거보다는 미래에 집중했다. 긴 시간이 소요됐지만 그래도 편지를 완성할 수 있었던 건 아마도 이곳이었기에 가능했던 것 같다. 서울에서는 이렇게 긴 시간을 오롯이 편지 쓰는 데만 집중할 수 없었을 테니.

 

 

지금은 저녁 8시 15분이다. 그냥 휴식을 취하러 온 거라며 20시간 동안 아무것도 안하고 멍하고 있기엔 아깝단 생각이 들어 너에게 편지를 쓰기 시작한다. 여기는 참 고요하다. 개구리 소리, 귀뚜라미 소리, 가끔 지나가는 자동차 소리조차 평온하다. 서울에서는 느껴 보기 힘든 이 고요함과 적막감이 정말 좋다.

 

행복하니? 이 질문만 남겨 놓고 나는 쉽사리 답을 하지 못하고 4시간여 만에 답을 하네. 선뜻 YES라는 대답이 나오지 않은 건 왜 일까? 요즘의 나를 돌아보면 딱히 안 좋은 일이 있는 것도 아닌데 그렇다고 딱히 즐겁지만도 않은 것 같다. 나만의 특유한 발랄함이 사라진 느낌이랄까?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어서일까? 아니면 별 일 없는 일상이 지루한 걸까?

 

사실 곰곰이 생각해보면 행복을 느낄 요소는 많은데... 우리 가족 무탈하게 건강히 잘 지내고 있고, 아빠 하시는 일도 순탄하게 반년을 맞이했고, 남자친구와도 간혹 토닥거리지만 여전히 잘 지내고 있고, 내 능력에 비해 과대평가 받으면서 직장생활 잘 하고 있고, 나름 여행도 다니며 부모님과의 추억도 쌓고 있는데. 근데 왜?

 

그러다 불현 듯 드는 한 가지 생각. 내 삶은 참 우여곡절도 많았고, 설렘도 많았고, 무언가에 열정적으로 빠져보기도 했기에 돌이켜보면 하루하루가 힘들고 정신없으면서도 참 재밌었다. 하지만 요즘의 나는 솔직히 얘기하면 재미가 없다, 설렘이 없다는 이유로 무탈하고 평온함이 주는 행복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 삶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대학원 이후 너무 바빴던 삶에 대한 보상이라도 주려는 듯 조금 게을리 살아온 네 자신에게 뭔가 해놓은 것이 없단 생각에 울적해하고 미안해하고 있다. 끊임없이 무언가를 계획하고 성취하는 걸 즐거워하는 너이기에 인생의 평탄함에 대해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는 거 안다.

 

그래도 민아야, 내가 보기엔 넌 지금 참 행복하다. 네가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인생은 포레스트 검프에 나오는 재미있는 초콜릿 상자 같아질 거다. 그러니 생각을 전환하여 평온한 일상에 감사함을 느끼자.

 

두서없이 주절대는 속에서는 뭔가 조금씩 풀려가는 느낌이 들어 무거웠던 마음에서 평온하고 긍정적인 마음에 기분이 한결 가벼워진다.

 

돌이켜보면 겪지 않아도 될 일들을 너무 많이 겪어서 아픔도, 후회도 많다는 거 안다. 하지만 난 네가 과거에 너무 집착하는 사람이 되지 않길 바란다. 또한 앞으로 펼쳐질 미래에 대해 지레 겁먹지 말고 담담한 마음으로 받아들이길 바란다. 특유의 발랄함을 다시 찾고 주위 사람 모두에게도 즐거운 에너지를 주도록 하자.

 

민아야, 서울로 돌아가거든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에 한탄하고 초조함을 느끼기보다 그 시간 자체를 즐기며 알차게 보낼 수 있는 방법에 고민하고 또 다시 하나하나 이뤄나가길 바란다. 사람간의 관계에서도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좀 더 이해해주고 감사하도록 하자.

 

그리고 네가 선택한 모든 일에 대해 100% 만족할 수도, 후회가 1%도 없을 수도 없다. 분명 네가 가지 않은 길에 대해 그리움과 호기심을 느끼겠지만 쓸 데 없는 IF를 생각하지 말고 주어진 길에서 더 행복할거란 확신을 가지고 그렇게 앞으로 나아가자.

 

지금 느끼는 이 평온을 꼭 기억하고 현재에 행복에 대해 의심하지 말고 그렇게 지금처럼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길 바란다. 언제나 철없는 행동과 선택으로 고생시키지만 누구보다도 널 많이 아끼고 사랑하는 내가 있으니 자신감을 갖고 현재의 행복을 즐기며 살렴.

 

2017.05.27-28

 

하루하루를 쉼 없이 달려왔으니 조금은 쉬어도 된다며 내 자신에게 주는 포상이라도 되는 듯 방에 앉아 TV채널을 돌리고 핸드폰을 들여다 보내던 시간 속에서 온전하게 내 자신을 들여다 볼 시간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런 내게 독방에서의 20시간은 사실 내 자신에 대해 완벽히 파악하고 완전한 고민을 해결하기엔 충분히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외부의 요인들을 향해 뿜어내던 나의 에너지를 내 안으로 향하게 하여 고스란히 품고 있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다. 이곳에서 가슴 가득 느꼈던 평온함과 설렘을 간직하고 돌아간다. 무료한 일상이 크게 달라지진 않겠지만 같은 일상을 맞이하는 내 마음가짐은 분명히 달라졌다. 무탈한 하루에, 가족과 함께 하는 평범한 식사에, 푸르른 가로수에, 청명한 하늘에, 언제나 곁에 있는 사람들에 절로 감사함이 느껴지며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다.

 

 

글 | 이민아 ('나와 세상을 바꾸는 독방 24시간' 참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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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13 11:02
나와 세상을 바꾸는 독방 24시간
 
행복공장은 ‘성찰을 통해 개개인이 행복해지고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위기와 갈등을 극복하자는 취지’로 ‘나와 세상을 바꾸는 독방 24시간’ 프로젝트를 기획하였습니다. 3월부터 5월까지, 9월부터 12월까지 매주말 스무 명 남짓의 사람들이 1.5평 독방에서 자신과 마주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24시간의 고요를 통해 내가 새로워지고 우리 사는 세상이 행복해지면 좋겠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http://happitory.org/relay_intro 에서 볼 수 있습니다)

 

[감옥에서 온 편지 13] 5분만이라도 내 마음 속으로 고요히 들어갈 수 있다면...

 

지난 2월초였던가? 미황사 금강스님으로부터 한통의 전화를 받았다. 행복공장의 <릴레이 성찰 프로젝트-나와 세상을 바꾸는 독방24시간>이라는 프로그램의 추진위원을 맡아 달라는 내용이었다. 여러 가지 이유로 쉽게 수락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으나 프로그램의 취지가 너무 좋아서 결국 동의하고야 말았다. 그렇지만 <리틀 포레스트>의 촬영 등으로 인해 시간을 내기가 녹록치 않아서 5월 20일에야 겨우 참가할 수 있었다.

 

 

홍천의 행복공장에 도착한 느낌은 매우 '단정하다'는 느낌이었다. 도로에 인접한 공장위치도 꽤 인상적이었는데 보통 명상을 하거나 조용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장소는 도로에서 안쪽으로 많이 들어간 곳을 선호하기 때문이었다. 공간설계자의 탄력성과 유연성이 마음에 들었다.

날씨가 좋아 다른 때보다 취소자가 많아서 열 두어 명의 참가자가 전부였는데 참가동기와 면면들은 아주 다양했다. 간단하게 자기소개 시간이 있은 후 절하는 방법을 배우고 나서 2층 식당으로 이동했는데, 채식으로 마련된 정갈한 뷔페음식들은 내 입맛에 모두 잘 맞았고 이후 석식과 다음날 조식으로 준비된 음식들도 소박하고도 부드러워서 조용한 시간을 보내는데 도움이 되었다. 다기와 이불 등 최소한의 물품만 갖추어진 1.5평이라는 공간에 들어섰을 때 의외로 좁거나 답답하다고 느껴지지는 않았다. 아마 창문 밖으로 보이는 시원한 풍경 덕분일 것이리라.

 

 

오후 2시 즈음 입실하여 다음날 10시 정도에 퇴실하는 일정이니 20여 시간의 조용한 시간이 오롯이 내게 남겨졌다. 수면으로 7~8시간 정도를 뺀다 하여도 스마트폰이나 읽을거리 없는 12시간과 대면하여야 하는 숙제가 주어진 것이다. 막막하게 느끼는 참가자들을 도와주기 위해 주최측에서 준비한 워크북이 있었는데, 각자의 인생에서 중요한 사건들을 통해 불행한, 혹은 행복한 순간을 그래프로 표기하며 정리하다보니 의외로 나의 삶이 불행한 일보다 행복한 일이 더 많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또 나의 인생을 돌아보며 기소-변호-판결을 내리는 항목도 있었는데, 변호와 판결의 과정을 통해 나 자신을 더 이해할 수 있게 되고 자신에게 더 관대해지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80대가 된 자신이 현재의 자신에게 편지를 쓰는 부분도, 지금 현재 내가 누리고 있는 것의 소중함을 더 크게 인식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워크북을 마치고 나서는 그동안 바빠서 많은 마음을 쓰지 못했던, 내가 일하고 있는 동물보호단체 카라의 활동가들에게 마음의 편지를 썼다. 조직의 대표로서 활동가들에게 하고 싶었던 당부의 말을 적으면서 내가 동물보호 활동에 대해 가지는 애정의 크기를 가늠해 볼 수 있어서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호흡명상을 하면서 마음을 가라앉히니 자연스럽게 일상에서 내가 가지고 있는 나쁜 습관들에 대한 생각이 이어졌다. 개선과 변화의 결심을 제대로 실천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결심이 반복되면 언젠가는 성취하는 경험이 있었기에 다짐만으로도 성과가 있다고 느꼈다.

 

 

사실 현실적으로 20여 시간을 내자면 못 낼 사람이 뭐 그리 많겠는가만은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쫓기듯 등 떠밀리며 살고 있다. 비록 타의에 의해 주어진 기회였지만 이번 릴레이 성찰 프로그램은 지나간 생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앞으로 남은 시간들 또한 더 명확하게 구상할 수 있었으며 지금의 잘못된 습관에 대해 성찰하게 해 준 고마운 시간이었다. 성찰의 공간과 시간을 스스로 마련할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지혜로운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 비록 좌복 위나 조용한 공간이 아니더라도, 일상에서 단지 5~10분만이라도 내 마음 속으로 고요히 들어갈 수 있다면 당신의 성찰과 변화는 이미 시작된 것이다.

 

 

글 | 임순례 ('나와 세상을 바꾸는 독방 24시간' 참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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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행복공장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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