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7.02 11:38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Editor 안하현 Photographer 김경수

 

누구도 방해하지 않는 1.5평짜리 방에서 누린 최고의 자유.

 

독방에 갇힌 채 하루를 보냈다. 내 몸의 감각에 집중했고 오로지 나만 생각했다. 누구도

방해하지 않는 1.5평짜리 방. 그곳에서 최고의 자유를 누렸다.

 

지난 주말에는 감옥에 갔다. 범죄를 저질렀거나 누군가를 면회 간 게 아니다. 내 발로 독방에 갇히길 자처했다. 벌써 눈치 챘겠지만 진짜 감옥은 아니다. 강원도 홍천에 있는 ‘행복공장 내 안의 감 옥’은 감옥 콘셉트의 명상 공간이다. 이곳에서 참가자들은 짧게는 20시간, 길게는 40시간 넘게 독방에서 보낸다. 많고 많은 시설 중에서 왜 감옥일까. 행복공장을 지은 권용석, 노지향 부부는 현대인들이 온전히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자 했다. 검사 출신의 변호사 권용석 씨는 오랫동안 밥 먹을 시간도 없이 일에 파묻혀 보냈다. 건강이 나빠지고 일에 지칠 때쯤 문득 감옥을 떠올렸다. 하루라도 독방에서 쉰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 바람은 28개의 독방을 갖춘 ‘내 안의 감옥’으로 현실이 됐다.

 

역설적이게도 감금을 전제로 하는 내 안의 감옥은 자율성을 가장 중시한다. 갇혀 있는 동안 방에서 무엇을 하든 간섭하지 않는다. 나도 이 여정에 동참하기로 했다. 감옥에 도착해 사회에서의 마지막 밥을 먹었다. 조금만 더 먹을까 욕심이 났다. 수감 시간이 다가오자 초조했다. 괜히 앞마당을 거닐며 햇살을 받고 바람을 쏘였다. 갇힌다고 생각하자 두려움이 일었다. 내가 미쳤지 왜 이 좋은 날에 감방에 들어가기로 했을까 후회가 들었다. 오후 2시. 방으로 들어섰다. 세로로 긴 방에는 세면대와 화장실이 있었다. 다행이다. 이만 하면 웬만한 서울의 고시원보다 좋다. 바깥 풍경을 볼 수 있는 큰 창이 있어 답답함이 느껴지진 않았다. 얼마 안 되는 짐을 풀고 휴대폰을 밖으로 내놨다. 이곳에선 책, 휴대폰, 전자기기의 반입이 일절 금지된다. 상사의 문자와 이메일, 허세 가득한 SNS와도 이별 이다. 오히려 속이 후련했다. 달칵. 밖에서 문이 잠기며 속세와 완전히 단절됐다.

 

<야생초 편지>의 저자이자 감옥에서 13년을 보낸 황대권은 한 평짜리 방안에 혼자 앉아 있으면 자기 몸밖에 갖고 놀 게 없다고 했다. 한 평짜리 방안에서는 내가 우주요, 내 주변의 모든 사물이 내 몸의 일부로 깨닫게 된다는 말이다. 독방에 들어오자 할 일이 없었다. 나는 그의 말처럼 가만히 누워 나를 장난감 삼아 놀기 시작했다. 온몸을 쭉 뻗어 방의 크기를 재보았다. 팔을 양옆으로 쫙 뻗자 벽에 손이 닿을 1.5평의 크기를 몸으로 익혔다. 집을 떠나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에 머물던 시인 백석도 같은 마음이었을까. 그가 말한 그 굳고 정한 갈매나무처럼 마침 내 방 앞에도 소나무가 보였다. 나는 오랜 시간 누워 나무와 창밖으로 떨어지는 해를 감상했다. 시계를 가져오지 않은 게 참 잘했다 싶었다. 해가 지고도 밝음의 기운은 오래 대지에 머물렀다. 깜깜해질 때까지 불을 켜지 않았다. 자연의 빛으로 시간을 짐작하고 하루를 소비했다. 변하는 공기의 온도를 느끼며 밤을 맞았다.

 

지나온 시간을 되돌아보며 글을 썼다. 엇갈린 인연들에 대한 미련, 스스로에 대한 불신, 과거에 대한 후회와 자책 등이 주마등처럼 머리를 스쳐갔다. 이미 다 지난 일이다. 푸닥거리하듯 글을 쓰며 응어리를 풀었다. 밤은 길었고 써야 할 말은 늘어갔다. 새벽이 되어서야 불을 끄고 잠이 들었다. 1시간에 한 번씩 울리는 종소리로 얼추 시간을 짐작했다. 오전 7시 30분. 문에 달린 구멍으로 아침 식사가 들어왔다. 지금 할 일은 먹는 일뿐이다. 오물오물 입안에 담긴 쌀죽을 씹으며 맛을 음미했다. 죽이 달았다. 한 번에 하나의 행동만 하니 감각은 더욱 섬세하게 느껴졌다. 이곳에서는 내 자신과 마주하며 철저하고 이기적으로 나만 생각했다.

 

 

플라톤은 육체는 영혼을 가두는 감옥이라고 보았다. 그의 말에 따르면 영혼은 육체라는 감옥 속에 꼼짝없이 감금된 채 이 세계에 존재하는 것들을 고찰한다. 육체마저 감옥에 갇힌다면 영혼은 어떻게 될까. 이중의 감금을 당한 영혼은 더한 고통을 겪거나 반대로 해탈의 경지에 이를지도 모른다. 나는 후자가 맞다고 생각한다. 멈춰야 비로소 보이는 것처럼 갇혀야 드디어 깨닫는 것들이 있다. 비단 바깥의 공기, 햇살과 자유를 일컫는 게 아니다. 신체를 옭아매고 감각을 무뎌지게 만드는 사회는 감옥과 마찬가지였다. 오로지 나만 집중하는 작은 공간에 갇혀서야 나의 존재와 감각을 오롯이 느끼게 됐다. 육체가 영혼에게 감옥일지 천국일지는 몸을 쓰는 사람에게 달려 있다. 오전 10시, 종이 울리고 문이 열렸다. 나는 세상 속으로 다시 걸음을 내디뎠다. 어제와 달리 인생의 수인囚人이 아닌 주인主人이 당당하게 걸어나가고 있었다.

 

Editor 안하현 Photographer 김경수



원문링크 :

Ordinary Magazine 2017.07 No.03

http://www.ordinarymagazine.co.kr/감옥으로부터의-사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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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행복공장장
2017.06.30 17:34

내 안의 감옥

 

"욕망, 습관, 의무, 돈....
어디에 갇혀있지 않아도
내 안의 감옥에 갇혀 자유롭지 못하다!
지난 삶 돌아보기, 위로, 참회, 비워내기
나를 가두는 것은 내 밖의 감옥이 아니라
내 안의 신념, 집착, 습관들.
내 안의 감옥에서 나와
갇힌 공간에서도 자유롭다!"    
                                                                          - 행복공장 릴레이 성찰 프로젝트


1.5평 독방에서 자신과 마주하다

 

2017.5.20-21 이틀에 걸쳐 나는 1.5평의 감옥에 스스로 걸어 들어갔다.

 

오후 2시부터 다음날 아침9시45분까지 독방에 갇힌 채 홀로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그곳에서는 일을 하거나 책을 읽거나 휴대전화를 하는 이외의 것을 할 수 있다.
이를테면, 잠을 자거나 글을 쓰거나 편지를 쓰거나 일기를 쓰거나 낙서를 하거나 간단한 그림을 그리거나 요가나 명상, 절 체조 등의 맨손 운동을 하거나 전용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고 멍하니 앉아 창밖을 온종일 내다보며 멍때리기를 해도 된다.

 

 

 

우연히 텔레비전을 보다가 알게 된 독방체험.

 

정확히 말하자면 행복공장 http://happitory.org/ 릴레이 성찰 프로젝트.

 

그 취지를 알게 되자 꼭 가야 할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주저없이 신청서를 보냈다. 나 자신뿐 아니라 남편에게도 꼭 필요한 곳이라는 생각에 남편과 함께 참가하기로 했다. 그러나 그것은 일단 비밀로 하고...약 2주전에 언제 어딘가로 가야 한다고는 알렸으나 정확한 내용은 알리지 않았다.
남편은 무척 궁금해했고 이리저리 쑤셔보더니 거의 비슷하게 짐작을 해내기도 했다. 그럼에도 나는 20일 오전 홍천에 도착할 때까지 충분히 알려주지 않았다.

 

그것은 매일 수고하는 남편에게 진정한 휴식의 시간을 선물하고 싶은 때문이기도 했고 놀라게 해주려는 생각때문이기도 했다.

 

오후 2시. 십여명의 다른 참가자들과 함께 오리엔테이션을 거쳐 독방에 들어갔다.
실제 교도소의 독방은 0.8평이라는데 그에 비하면 이곳은 궁궐이나 마찬가지이다.
깔끔하고 단정하며, 커다란 창문도 있고 푹신한 침구와 요가매트, 차를 끓여마실 수 있는 전기포트와 다기도 있다.
다만 문을 밖에서 잠그고 배식구를 통해 식사를 넣어준다는 것, 그리고 한번 들어온 이상 정해진 시간까지는 마음대로 나갈 수 없다는 것이 진짜 감옥과 같은 점일 것이다.

 

 

내가 그곳에 가고자 했던 이유는, 어쩌면 단순했다.
일단 아무것도 하지 않는 하루가 필요했다. 단출한 가족 수의 살림이 뭐 그리 힘겹다고 그런 소릴하느냐 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언제부턴가 왠지 좀 지쳐가고 있었던 것같다. 왜 지쳤느냐고 또 묻는다면 글쎄...다.
그러나 나는 전반적으로 좀 힘이 들었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며 아무것에도 신경쓰지 않는 시간이 필요했다. 필요한데 현실의 공간에서는그것이 쉽지 않았다. 집안에서 일어나는 많은 일들을 신경쓰고 참견해야 하고 쉴새없이 움직여야 한다. 물론 틈틈이 주저앉아 휴식을 취하기도 하지만 그 시간은 그리 길지 않게 마련이다.
하루 세번 뭐라도 먹어야 하니 그렇고, 게으르고 힘에 부쳐 일주일에 겨우 두번 정도 밖에 못하는 청소지만 그것도 더 줄일 수 없고, 며칠에 한 번씩은 빨래를 그것도 세탁기가 하지만 세탁기에 넣거나 꺼내거나 털어 널고 마르면 걷어다가 수십번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마른 빨래를 고이 접어넣는 일도 엄청난 일이다.
또 귀염둥이 뤼팽이의 산책과 두끼 밥과 약 먹이기, 하루중 틈틈이 주어져야 할 다양한 간식들을 챙겨야 하고 주3회 아침 6시면 엄마와 함께 수영장에 가야 하며 아침을 먹지 않는 남편의 나머지 두끼 식사를 늘 잘 해주지는 못해도 (남편은 먹는것에 그리 신경쓰는 편이 아니라 메뉴 선정에 대한 스트레스는 없다)어쨌든 건너뛰게 할 수는 없으니 신경을 안 쓴다고해도 사실은 늘 신경 쓸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서 가끔은 당연히 내가 해야 할 이 모든 일들이 힘에 겨울 때가 있다.
게다가 한두쪽짜리 잡글 혹은 몇달에 걸쳐 책 한두권 분량의  원고작성이라도 해야 할때면 그모든 삶에관한 일과들이 더욱 부담으로 덤벼온다. 그러다보니 문득, 뭐 하나가 힘들다,가 아니라 가끔은 살아가는 일 자체가 힘에 부치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럴때 나는 주위사람들에게 가끔 묻는다. 아무것도 하기 싫을 때가 있는데 그게 이상한가? 놀랍게도, 당연하게 다들 그렇다고 대답한다.
매일 다람쥐쳇바퀴 돌리듯 똑같이 반복되는 일상이 가끔은 지겨울 때가 누구에게나 있게 마련이다. 나도 그렇고 매일 밤을 새워가며 일하는 남편도 가끔은 일이 지겨울 때가 있을 것이다. 자신은 좋아서 하는 일이라지만 밤을 새워 일해도 일이 늘 밀리기만 하면 차라리 도망가고 싶을 때도 있지 않겠나...다만 그는 가장이라는 의무와 책임감때문에 그런 소리를 쉽게 하지 못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나는 차라리 아무 부담없이 쉬고싶다고 복에 겨워 투정을 부리는 것은 아니었나...

 

정말 온전하고 알찬 휴식이 필요한 것은 남편일 것이라는 생각에, 그에게 진정한 휴식을 선물하기로 했다.
그리고 또 나에게도. 그 방에 들어가면 강제로라도 그렇게 할 수 있다니 꼭 가봐야했다. 

 

그렇게 우리는 각자 자신만의 독방에 들어갔다.
그리고 다음날 다시 만난 참가자들은 모두 만족스러워하며 집으로 돌아갔다.

 

독방 내부

 

오후2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45분까지 20시간정도를 홀로 저 방안에서 뒹굴며 각자 많은 일들을 겪었을 것이다. 나의 경우, 총 11시간 정도 잠을 잤고 생각노트 비슷한,그곳에서 나누어준 공책에 적힌 항목대로 생각을 떠올려보며 적어내리기도 했다. 어떤 사람은 집나간 자아를 찾았다고도 하고...대부분 뒤돌아보지 못하고 앞만 보고 내달리느라 지치고 힘들었던 자신을 내려놓고 돌아보며 한숨고르기를 하는 시간들을 보냈다고 이야기한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특별한 정신병이 있거나 궁지에 몰린 사람들은 아닐 것이다. 나와 너처럼 평범하고 성실하게 자신의 몸이 지쳐가는 줄도 모르고 바쁘게 살아가는 특별할 것 없는 우리의 이웃들임에 틀림없다. 그러다 우연히 행복공장의 독방프로젝트 http://happitory.org/prison_intro를 알게 된 순간, 모두들 '그래 바로 저기야!'라고 외치며 달려온 사람들이다.
누구의 방해도 없이, 아무 것에도 구애받지 않으며 온전히 자신을 향해서만 관심과 집중이 가능한, 현실의 공간이지만 그러므로 더욱 비현실적인 독방에 들어가서야 진정한 자유를 찾은 사람들이다.
작은 문 안에 갇힘으로써 사고의 폭을 더욱 확장하고 과거를 더듬고 현재를 통해 좀더 나은 미래로의 확장을 꿈꾼다.

 

독방 건물. 각각의 창이 하나의 독방에 해당한다.

 

행복공장 방문자센터. 이곳에서 수감절차를 밟는다.

 

독방건물 내부 2층. 각각의 독방이 보인다.
           

언제든지 다시 수감가능하다는 의미에서 가석방증명서를 준다.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거나 휴식이 필요할 때 누구나 한번쯤 경험해보면 적잖은 것을 얻을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다시 독방으로 들어가고 싶어진다면 나는 또 그만큼 지쳤다는 뜻이 될까.
그러면 다시 가고 싶지 않아야 다행일까.

 

 

원문출처 :
내 안의 감옥_24시간 독방체험 프로젝트 참가 후기
by somehow May 22. 2017
https://brunch.co.kr/@somehow/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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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행복공장장
2017.06.17 21:03

나와 세상을 바꾸는 독방 24시간


행복공장은 '성찰을 통해 개개인이 행복해지고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위기와 갈등을 극복하자는 취지'로 '나와 세상을 바꾸는 독방 24시간' 프로젝트를 기획하였습니다. 3월부터 5월까지 매주말 스무 명 남짓의 사람들이 1.5평 독방에서 자신과 마주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24시간의 고요를 통해 내가 새로워지고 우리 사는 세상이 행복해지면 좋겠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행복공장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습니다)



[감옥에서 온 편지 12] 아날로그적 삶



법인에서 사회복지사 소진 예방을 위해 '내 안의 감옥'이라는 프로그램을 제안했고, 기대 반 걱정 반으로 '행복공장'에 대한 인터넷 검색을 시작했다. 블로그, 카페 등에 다양한 글이 올라와 있었는데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져서 좋았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적어도 나의 삶에 있어서 아날로그식의 생활방식도 상관없다고 생각했었는데 무의식중에 프로그램 정보를 얻기 위해 미디어, 매체 등을 활용하는 나를 보며 이미 디지털화되었음을 자각할 수 있었다. 사실 1인 가구가 보편화된 현대 사회에서 독방체험이 대수롭지 않게 여겨질 수는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매체와 단절한 채 떠나 있는 경험은 쉬운 일이 아니다. 도전에 있어서는 몸을 사리지 않기 때문에 희망의 날개를 활짝 펴고 홍천으로 향했다.


사회에 소속되어 맡은 역할은 다양하겠지만 똑같은 수련복으로 갈아입고 한 명의 참여자로 임했다. 프로그램 일정 및 규칙에 대해 소개를 받고, 간단한 산책 후에 'The Prison Inside Me'가 시작되었다.



푹~ 쉬고 오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했으나 들어가자마자 누워서 무엇을 해야 할 지 고민했다. 나에 대해 생각을 하다 보니 주변인들을 빼놓을 수 없었고, 과거로 돌아가며 생각나는 사람들에게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며칠 전 헤어진 남자친구를 필두로 어릴 때 친구까지... 손편지를 쓰다 보니 컴퓨터, 핸드폰 문자메시지에만 익숙해져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한 채 정성과 진심을 종이에 옮겨 담았다. 종착점은 '나에게로의 편지'였다. 무려 6장을 빽빽하게 쓰면서 거짓도 꾸밈도 없는 진정한 이야기를 썼다. 남들에게 보여주는 글이 아닌 오롯이 나에게 쓰는 것이라 자아를 탐색하는데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도구가 되었다. 장소의 영향인지 매일 쓰는 일기와는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어느새 그 곳에 젖어들어 바깥세상에서의 내가 아닌 그 곳에서의 나를 돌아보고 있었다.



숙제처럼 여겨졌던 워크북의 내용 중에서 미래의 내가 현재의 나에게 쓰는 편지가 있었는데 앞으로 있을 일에 대해 찬찬히 쓰면서 어떻게 살아갈지 구체적, 현실적으로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문제가 되는 행동들에 대해 수정 가능성도 엿볼 수 있었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눈 깜짝할 사이에 하루가 지나갔다. 프로그램이 끝난 뒤 '나누기' 시간에 여러 가지 소감이 있었다. 독방이 처음에는 힘들었지만 그 속에서 무언가를 느끼고 깨달음을 얻었다는 분, 살아오면서 남의 시선에 대해 신경 쓰지 않겠노라고 다짐했지만 타인의 행동에 반응을 보이는 자신을 발견했고, 그것에 대해 생각을 해보았다는 분도 있었다. 나에게 있어서는 꼭 기억하고 싶은 추억 중의 하나였고, 기회가 된다면 조금 오랜 시간 체험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행복공장 관계자 분들의 모습에 감동했고, 그러한 여유를 가질 수 있음에 감탄했다. 나 또한 기회가 된다면 꼭 한 번 그러한 삶을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장님께서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 올 예정이라고 말씀하셨다. 현재 청소년과 함께 지내고 있어서인지 자아정체감을 확립하는 시기의 청소년이 자아를 탐색하거나 인식하는데 혼자만의 시간을 가짐으로써 스스로 깨닫게 하는 것은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그 속에서 어떤 것이라도 느낀 바가 있다면 자신의 삶의 방향성을 찾는데 도움을 줄 수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으며 이 글을 마친다.


글 | 이선미 ('나와 세상을 바꾸는 독방 24시간' 참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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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행복공장장
2017.06.07 09:00

나와 세상을 바꾸는 독방 24시간

 

행복공장은 ‘성찰을 통해 개개인이 행복해지고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위기와 갈등을 극복하자는 취지’로 ‘나와 세상을 바꾸는 독방 24시간’ 프로젝트를 기획하였습니다. 3월부터 5월까지 매주말 스무 명 남짓의 사람들이 1.5평 독방에서 자신과 마주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24시간의 고요를 통해 내가 새로워지고 우리 사는 세상이 행복해지면 좋겠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http://happitory.org/relay_intro 에서 볼 수 있습니다)


릴레이성찰 프로젝트 열한번째 이야기



3월부터 시작한 '릴레이성찰 프로젝트 2017-봄' 시즌의 마지막 열한번째 프로그램을 진행하였습니다.




사계절이 예쁜 홍천수련원이지만,

특히나 초록색으로 둘러싼 홍천은 더 아름답습니다.

이번주에는 맑은 하늘에 구름이 떴어요~



봄시즌 마지막 일정을 맞이하여, 더 많은 분들이 찾아주셨는데요.

이번에는 행복공장 프로그램에 이미 참가한 분들이 많이 와주셨고,

특히나 행복공장 릴레이성찰 프로젝트를 보고 관심이 가서 신청한 중학생 참가자님과 함께했습니다.


프로그램을 마치고 진행한 출소파티때 섹소폰연주를 해주신 스승님과 제자 참가자님.

프로그램 시작 전에 섹소폰 연주 리허설 덕분에 아침부터 귀호강하였습니다.

출소파티때 멋진공연 들려주셔서 이 자리를 빌어 다시한번 감사드립니다.




시간도 세상의 소식들도 모두 잊어버리는 시간



어떤시간들을 보내고 계실까요?

비우고 비우면..다시 무언가로 채워지지 않을까요?


각자 어떤 느낌과 어떤 시간들을 보내셨는지 서로 이야기를 나눠요~

.

.

.

.


가석방 증명서에 쓰인 문장처럼...

  "   '자유롭고 평화로운 삶, 나와 세상을 이롭게 하는 삶'을 사는 것을 조건으로 가석방을 명합니다.   "


일상으로 돌아가셔도 잊지 마세요!^^



참가자분들이 함께해주셔서

그리고 그안에서 뜻깊은 시간을 보내주셔서

'릴레이성찰 프로젝트 2017-봄' 열한번의 시간을 잘 마칠수있었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9월부터 시작하는 시즌2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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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행복공장장
2017.06.03 20:39

나와 세상을 바꾸는 독방 24시간

 

행복공장은 ‘성찰을 통해 개개인이 행복해지고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위기와 갈등을 극복하자는 취지’로 ‘나와 세상을 바꾸는 독방 24시간’ 프로젝트를 기획하였습니다. 3월부터 5월까지 매주말 스무 명 남짓의 사람들이 1.5평 독방에서 자신과 마주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24시간의 고요를 통해 내가 새로워지고 우리 사는 세상이 행복해지면 좋겠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http://happitory.org/relay_intro 에서 볼 수 있습니다)


릴레이성찰 프로젝트 열번째 이야기



5월 20일~21일 릴레이성찰 프로젝트 열번째 프로그램을 진행하였습니다.


릴레이성찰 프로젝트 추진위원 임순례감독님을 비롯하여,

선물이 될것 같아 함께 짝궁과 참석해주신 부부참가자님.

이미 참가한 남편분의 추천을 받고 친구분들과 함께 오신 참가자님들

SBS 뉴스토리에 나온 방송을 우연히 보고 신청해 주신 참가자님...


날씨가 너무너무 좋았던 이번 주에도 많은 분들이 홍천을 찾아주셨습니다. 



이제 '나'를 만나러 수련실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가장 밀접한 우리의 친구(?)들과 잠시만 안녕...



                       

넓은 창을 통해 보이는 풍경입니다.

참가자분들은 어떤 시간을 보내고 계실까요?



끄적끄적...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을 정리하기도 하고, 지친몸을 쉬게 하는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각자 모두 다른 시간들을 보냅니다.



1박2일의 시간이 끝나고, 다시 일상을 향해 나갑니다.



프로그램 마친 소감을 말씀해 주시는 모습과,  홍천수련원의 풍경을 카메라에 담는 모습입니다.

푸르른 나무와 함께 그림같은 장면입니다.^^



행복공장 텃밭에서 키운 상추를 조금씩 나눠드렸습니다.

집에 가셔서 채식식단으로 맛있는 저녁 드셨을까요? 아니면 맛있는 고기반찬에  상추쌈 드셨을까요?

문득 궁금해 집니다.^^


릴레이 프로젝트의 수료식은 '릴레이'로~~~

정말 유쾌한 이 순간입니다.


화창한 5월의 주말

여느 주말과는 다른 특별한 주말이 되셨기를....소중한 선물이 되셨기를 기원합니다.

열번째 릴레이성찰 프로젝트에 함께 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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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행복공장장
2017.05.31 15:23

나와 세상을 바꾸는 독방 24시간

 

행복공장은 ‘성찰을 통해 개개인이 행복해지고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위기와 갈등을 극복하자는 취지’로 ‘나와 세상을 바꾸는 독방 24시간’ 프로젝트를 기획하였습니다. 3월부터 5월까지 매주말 스무 명 남짓의 사람들이 1.5평 독방에서 자신과 마주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24시간의 고요를 통해 내가 새로워지고 우리 사는 세상이 행복해지면 좋겠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http://happitory.org/relay_intro 에서 볼 수 있습니다)



[감옥에서 온 편지 11] 따로 또 같이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했다. 그러나 남편이 어디든 함께 다니고 싶어해서 나 혼자 어딜 가는 것은 용납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같이 가는 수밖에 없다. 남편에게도 나쁘지 않은 선물이 될 것이 틀림없다.

그와 나는 어느 화창한 5월의 토요일, 길을 나섰다.



'혼자 있기 위해 같이 가는 것이다.'

그 고즈넉하고 차분한 초록의 산자락에 사람들은 혼자만의 시간을 찾으러 간다. 그리고 20여 시간의 완전한 자유를 자기만의 독방에서 누린다.

사실, 어디서나 우리는 얼마든지 혼자 있을 수 있다. 화장실에서나 샤워할 때나, 혹은 쇼핑이나 여행, 또는 잠을 잘 때도 원한다면 얼마든지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 그런데 왠지 그런 일상 속 혼자만의 시간은 진정으로 온전히 혼자 누릴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

수명이 다돼가는 배터리처럼 언제부턴가 쉽게 지치고, 좀 쉬고 싶다고 종종 중얼거리는 자신을 발견했을 즈음, 나는 우연히 행복공장의 릴레이 성찰 프로젝트를 알게 되었다. 독방에서 혼자 1박 2일을 지낼 수 있다는 것,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 있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하루라니!



'앗, 저 곳엔 내가 가야 해!'

주저 없이 신청서를 날린 그날부터 나는 그 초록 산자락의 독방에 갇힐 날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그리고 궁금해 죽겠다는 남편을 끌고 홍천에 도착했다. 역시 남편은 흥미로워했고 일정이 끝났을 때, '생애 최고의 선물을 받았다'며 소감을 밝혔다.

날마다 밤잠 설쳐가며 일하는 일생 중에 겨우 하루정도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고 해서 큰일이 나지는 않는다. 세상과의 연결고리 같은 휴대전화를 하루정도 외면했다고 해서 특별한 일도 없었다. 결국, 그 모든 일상의 조바심과 불안과 걱정은 자기 자신으로부터 시작된 것이나 다름없다. 

나 역시 날마다 똑같이 반복되는 사소한 일상에 싫증나고 지쳐있었다. 모든 일과를 내가 시작하고 끝내야 한다는 강박증과 조바심이 스스로를 괴롭혔던 것인지도 모른다.



마침내 20여 시간 동안 주어진 아늑하고 고요한 독방에 누워 실컷 잠을 자다가 뒹굴다가 배식구로 넣어주는 정갈하고 담백한 식사를 먹는다. 그리고 도시에서 홀로 잠을 자거나 밥을 먹거나 쉴 때는 미처 더듬어보지 못했던 것들을 생각하게 된다. 

그런데 나는 왜 이렇게 멀리 시간과 비용을 치러가며 찾아오는가.... 그것은, 혼자만의 공간에 머무르며 자신의 생각에 귀 기울이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형식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달리기를 하기 전 출발선에 서서 숨을 고르는 것처럼, 스스로의 내면에 침잠하기 위해 갖춰져야 할 형식이란 즉, 이와 같은 자연 속, 이와 같은 독방을 향해 달려오는 동안 그 방에 스스로 들어가 갇힐 마음의 각오를 하고 생각의 수문을 열어젖힐 준비자세를 갖추는 것이다.



그로써 마침내 자신만의 방에 들어갔을 때, 우리는 닫힌 마음을 열고 먼지 낀 생각의 퍼즐조각들을 쏟아 부어 과거를 더듬고 현재를 조망하며 좀 더 빛나는 미래로의 확장을 열렬히 꿈꿀 수 있기 때문이다.

부모와 자녀, 아내와 남편, 너와 나...우리는 모두 더불어 살아야 할 존재들이다. 함께 살아가야 하기에 더욱이, 가끔은 자기만의 고요한 방에서 완전하고 절대적인 휴식과 달콤한 반성과 새로운 설계가 필요한 것이다.


우리 모두는 '따로, 그러나 또 같이' 살아야 하는 불완전한 인간들이기 때문이다.


글 | 유정화 ('나와 세상을 바꾸는 독방 24시간' 참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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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행복공장장
2017.05.30 10:55

[단독]'체험 감옥 독방'에 스스로 들어간 고교생들 '출옥' 첫마디는?


 

 


독방이 있는 '내 안의 감옥' 건물로 들어가는 대건고 학생들. 박진호 기자

 

지난 14일 오전 11시 강원도 홍천군 남면 용수리 행복공장 홍천수련원. 수의를 연상케 하는 푸른색 옷을 입은 10대 청소년 3명이 ‘내 안의 감옥’이라고 적힌 건물 주변을 산책하고 있었다.


“박근혜 최순실 국정농단 책임자들 감옥서 반성하는 시간 가졌으면…”

인천 대건고 학생과 교사 26명 스스로 독방 24시간 체험 신청해 참여


참가 학생들 대부분 자신 돌아보고 진정한 자유의 시간 느꼈다 소감

행복공장 지난 3월부터 5월까지 매주 주말 프로그램 운영 200명 참가

체험 마친 참가자들에겐 이로운 삶을 사는 조건 ‘가석방 증명서’ 수여

 

이들은 인천 대건고 3학년 학생들로 가슴엔 이름과 번호가 적힌 명찰을 달고 있었다. 기자가 다가가 명찰에 적힌 번호의 뜻을 묻자 한 학생은 “앞으로 수감될 독방 번호”라고 말했다. 이곳은 검사 출신 변호사 권용석(54)씨가 이사장인 사단법인 행복공장이 운영한다. 4년 전 문을 연 이곳에는 독방 28개가 있다.

 

죄를 짓지 않고도 스스로 '감옥행'을 선택하는 이들이 있다. 행복공장이 마련한 ‘나와 세상을 바꾸는 독방 24시간’ 릴레이 성찰 프로젝트 참가자들이다. 이들은 삶을 되돌아보고 디지털 시대에 진정한 해방의 자유를 느껴보기 위해 '감옥'을 찾았다고 한다.


내 안의 감옥 외부 전경. 박진호 기자

 

이번 체험에 참여한 대건고 학생들은 3학년 12명, 2학년 8명, 1학년 5명 등 25명이다. 여기에 교사 한 명도 동참했다.   

이강재 (58)교사는 “요즘 아이들은 참을성이 없어지고 이기적으로 변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제자들에게 참는 법과 자신을 컨트롤할 수 있는 경험을 선물하고 싶어 참가 신청을 했다”고 말했다.

 

수련원 관계자의 안내에 따라 강당에 모인 학생들은 간단한 자기소개와 함께 참여하게 된 동기를 설명했다. 학생들은 “휴대전화 등 전자기기와 떨어져 진정한 자유를 만끽하고, 푹 자고 싶어 왔다”고 했다. 

 

노병재(18·3년)군은 “대학 진학 등 미래에 대한 고민이 많은 시기다. 그동안 쌓인 피로를 풀고 새 출발 하는 마음을 갖기 위해 신청했다”면서 “나를 옥죄는 모든 것에서 벗어나고 싶어 휴대전화도 가져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자기소개를 끝낸 학생들은 독방 안에서 절과 명상을 잘하는 방법 등을 배웠다.


독방에 들어가기 전 점식을 먹는 학생들. 박진호

 

이들은 낮 12시에 점심을 먹었다. 감옥 밖에서 먹을 수 있는 마지막 식사다. 반찬은 고구마튀김과 떡볶이, 도토리묵 등 건강을 위해 모두 채식이다. 식사를 마치고 샤워를 끝으로 민간인으로서의 삶은 끝이 났다.  

 

오후 1시45분 ‘댕~댕~’ 하는 종소리가 울리자 참가자 모두 5㎡ 남짓한 독방 안으로 들어갔다. 기자 역시 체험을 위해 307호 독방에 스스로를 가뒀다. 독방 안에는 세면대와 화장실만 설치돼 있었다. ‘철컥’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잠기자 답답함이 느껴졌다. 독방 안에는 전자기기나 책 등 개인 물품은 일절 가지고 들어갈 수 없다. 그나마 허락되는 건 차를 마실 수 있는 커피포트와 메모장, 볼펜뿐이다.  

 

이른 아침부터 늦은 밤잠이 드는 순간까지도 손에서 놓지 않았던 휴대전화가 갑자기 사라지자 마음이 불안해졌다. 실시간으로 울리던 메신저 알림음과 전화벨 소리가 없는 독방 안은 고요하기만 했다. 들리는 소리라곤 창문 밖에서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새소리가 전부였다. 

 

한동안 멍하니 창밖만 바라봤다. 2시간쯤 지났을까. 어느새 불안했던 마음이 ‘어차피 나갈 때까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생각’과 함께 편안함으로 바뀌었다. 그러고는 한동안 깊은 잠에 빠졌다.  

오후 6시가 되자 가로 40㎝, 세로 30㎝ 크기의 배식구가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바나나와 아몬드를 갈아 넣은 셰이크, 고구마, 빵이 들어왔다. 허기 정도만 달랠 수 있는 양이었다.


배식구를 통해 들어온 저녁 식사. 박진호 기자

 

식사를 마치자 감옥 안엔 또다시 고요함이 찾아왔다. 머릿속에 지나온 삶이 필름처럼 스쳐 가기 시작했다.  

 

다른 참가자들도 생각이 많아졌는지 먼 산을 멍하니 바라보거나, 수련원에서 나눠준 ‘내 안의 감옥에서 나오기’라고 적힌 노트에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글을 쓰고 있었다.

 

이 노트엔 지난 삶 돌아보기,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기, 내 인생에서 가장 불행한 시기, 내가 지금부터 1년밖에 못 산다면 제일하고 싶은 일, 미래에서 온 편지 등을 적을 수 있다.


독방에 갇혀 먼 산을 바라보는 참가자. 박진호 기자

 

김명보(17·2년)군은 “독방에 들어가니 지금까지 생활을 객관적으로 돌아볼 수 있게 됐다”면서 “갇혀 있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오히려 집중이 잘돼 그동안의 삶을 반성하고 미래의 삶을 계획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다음날인 15일 오전 6시가 되자 기상을 알리는 오르골 음악이 흘러나왔다. 일본 작곡가 히사이시 조의 ‘인생의 회전목마’였다. 명상 음악이 끝난 뒤엔 108배를 인도하는 방송이 40분간 이어졌다. 이어 7시30분 독방에서의 마지막 식사를 마쳤다.  

 

9시45분이 되자 ‘철컥’ 하고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방에서 나온 참가자들의 얼굴은 한결 편안해 보였다.  


내 안의 감옥 내부 전경. 박진호 기자


독방문이 열리자 밖으로 나오는 참가자들. 박진호 기자

 

임지환(18·3년)군은 “하루 동안 독방 안에서 푹 쉬고 나니 생각도 정리되고 마음이 편안해졌다”고 했다.  

임군은 또 “독방에 들어가 보니 국정 농단 사태를 일으킨 당사자들도 그 안(감옥)에 있는 동안 자신의 죄를 뉘우치고 반성하는 좋은 계기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11시 강당에 다시 모인 참가자들은 자유롭고 평화로운 삶, 나와 세상을 이롭게 하는 삶을 사는 조건으로 ‘가석방 증명서’를 받고 퇴소했다.

행복공장의 ‘나와 세상을 바꾸는 독방 24시간’은 현재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갈등과 위기의 주된 원인이 자기 성찰의 부재에 있다고 판단해 기획한 프로젝트다.

 

권용석 행복공장 이사장은 “우리 주변엔 성인이지만 정신적으로 미숙한 사람이 많다. 한 개인이 자기 자신을 돌아보지 못하면 본인은 물론 주변과 사회까지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면서 “이 프로그램을 통해 많은 사람이 내가 누구인지 대해 생각해보고 내 안의 나를 만나고, 앞으로의 삶을 계획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독방 24시간 체험을 마친 참가자들. 박진호 기자

 

행복공장은 지난 3월부터 주말마다 1박2일 일정으로 독방 24시간 프로그램을 진행해왔다. 현재까지 200여 명의 참가자가 스스로 독방에 들어갔다. 행복공장은 지난 28일 홍천수련원에서 독방 24시간 체험을 한 참가자들을 위한 출소파티도 열었다.  

홍천=박진호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원문링크 : 

http://news.joins.com/article/216165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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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행복공장장
2017.05.23 16:02

나와 세상을 바꾸는 독방 24시간

 

행복공장은 ‘성찰을 통해 개개인이 행복해지고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위기와 갈등을 극복하자는 취지’로 ‘나와 세상을 바꾸는 독방 24시간’ 프로젝트를 기획하였습니다. 3월부터 5월까지 매주말 스무 명 남짓의 사람들이 1.5평 독방에서 자신과 마주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24시간의 고요를 통해 내가 새로워지고 우리 사는 세상이 행복해지면 좋겠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http://happitory.org/relay_intro 에서 볼 수 있습니다)


[감옥에서 온 편지 10] 감옥의 역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그런데 독방 감옥을 찾아 들어간다니......' 내가 1박 2일간의 '수감생활'을 마치고 사회로 돌아와 지인들에게 내 경험을 털어놓았을 때 첫 반응은 모두 '의아하다'는 것이었다. "굳이 그럴 필요까지 있을까?"라는 질문이 되돌아왔다. 내가 감옥에 들어가기 전에 가졌던 의문 그대로.


'내 안의 감옥'에 들어가기 전, 감옥에 대해 연상되는 이미지는 음습하고 침침한 서대문형무소나 긴박감과 폭력이 넘치는 미국드라마 '프리즌 브레이크'가 전부였다. 행복공장이 마련한 감옥은 이런 상상과는 완전히 달랐다. 개미 한 마리도 무서워하는 숙녀분이 지내기에도 편안할만큼 깨끗한 시설에 깔끔한 먹거리까지. 게다가 비상시에는 내부에서 열고 나올 수 있는 장치에 비상구까지 준비돼 있으니, 석호필처럼 몸에 문신으로 탈출로를 새기고 들어갈 필요가 없다.



그래도 감옥은 감옥. 오후 2시 수감 후 밖에서 잠그는 시건 장치 소리, 문 아래 달린 배식구를 통해 전달되는 두 끼의 식사, 휴대폰을 포함한 일체의 사물금지, 특히 감옥에서도 수감자들이 가장 피하고 싶어하는 '독방'이라는 사실은 이곳이 감옥 밖과는 다른 공간임을 분명히 해준다.


그러나 이런 외형적인 것뿐만 아니라 내용적으로도 이곳은 색다른 감옥이다. 사회생활을 경험한 인간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고 싶으면서도, 막상 할 일이 없으면 낙오자가 된 듯 뭘 할지 모르고 다른 '일'을 찾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자기 생각을 정리해 보겠다며 찾아간 템플스테이마저도 정해진 일과에 따라 움직이느라 바쁘다. 여기에는 어떤 일과도 없이 오롯이 내가 하고 싶은 생각에 몰입할 수 있다. 자그마한 다기세트와 탁자, 양변기, 세면대, 침구가 전부. 1.5평의 작은 독방은 이런 몰입을 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풍족한 공간이 된다. 나처럼 폐쇄공포증이 있는 사람에게도 한쪽 벽면을 차지하고 있는 창문은 사유의 우주로 나가기에 충분한 통로이다.



압박감을 예상했던 밀폐된 독방 안에서 감옥 밖에서는 누릴 수 없는 자유를 만끽하게 되는 이 역설은 무엇이라 설명하기 어렵다. 독방 한 구석에 낙서처럼 써놓은 철학자 블레즈 파스칼의 명언, '인간의 모든 문제는 방에 혼자 조용히 머물러 있는 방법을 모르는데 기인한다'. 그의 명상록 '팡세'에 있는 '인간은 자연에서 가장 연약한 한 줄기 갈대일 뿐이다. 그러나 그는 생각하는 갈대이다'와 맥을 같이 한다. 인간의 존엄성은 자신이 채우고 있는 공간과 욕심이 아니라, 결국 자신이 하는 사유(思惟)에 의해 이뤄지기 때문이다. 이 사유로부터 개인의 도덕이 완성되고, 이를 통해 올바른 사회생활이 가능한 것은 아닐까?


조정래 선생은 자신의 치열한 저작 생활 40년을 '황홀한 글 감옥'이라는 자전적 에세이 집의 책제목으로 표현한 바 있다. 황홀과 감옥이라는 이 모순되는 표현을 24시간의 수감생활을 통해 조금이라도 맛볼 수 있었다고 하면 과장일까. 나는 이 시간을 통해 사회생활을 시작하던 오래 전의 초심을 다시 되새기면서 미래를 그려나가는 힘을 얻었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요즘은 웬만한 산을 가도, 둘레길을 가도 땅을 밟기 보다는 시멘트길과 나무데크길만을 디디다가 오기 마련이다. 홍천에 있는 이 감옥을 가면 입실하기 전에 행복공장에서 제공하는 마지막 '사식'을 먹고 홍천강 지류의 한자락을 땅을 밟고 도는 산책의 맛을 보너스로 누릴 수 있다. 하루 종일 하늘을 나는 새만큼도 땅을 밟지 않는 우리들에게 폭신한 땅을 디뎌보고 느껴보는 호사 아닌 호사이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이 사회 생활의 한계를 극복하는, 사회 생활로 인한 영혼의 상처를 치유하는 힘은 아이러니하게도 고독일지 모른다. 개인은 고독을 통해 자아성찰을 하게 되고, 사회 속 자신의 본모습을 보게 되고, 개인의 한계를 넘어서는 힘을 얻게 되는 것은 아닐까. 행복공장의 독방 감옥은 이런 힘을 내 안에서 찾을 수 있게 해주는 감옥인 셈이다.


글 | 김병철 ('나와 세상을 바꾸는 독방 24시간' 참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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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행복공장장
2017.05.17 09:59

나와 세상을 바꾸는 독방 24시간

 

행복공장은 ‘성찰을 통해 개개인이 행복해지고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위기와 갈등을 극복하자는 취지’로 ‘나와 세상을 바꾸는 독방 24시간’ 프로젝트를 기획하였습니다. 3월부터 5월까지 매주말 스무 명 남짓의 사람들이 1.5평 독방에서 자신과 마주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24시간의 고요를 통해 내가 새로워지고 우리 사는 세상이 행복해지면 좋겠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http://happitory.org/relay_intro 에서 볼 수 있습니다)


[감옥에서 온 편지 9] 참 잘 도망왔다~


나는 어려서 지리산자락 조용한 시골에서 자랐다. 수업이 끝나면 친구들과 해질 때까지 놀다가 땀에 흠뻑 젖어 들어오고, 비가 오면 비를 맞고, 벌레나 곤충이 보이면 하루 종일 풀밭과 구정물에서 뒹굴다가 왔다. 점차 크면서 도시로 나왔는데, 그 때는 또 그런대로 도시의 삶을 동경하며 좋아했다. 흔히들 하는 젊은이의 야망과 허세도 누구보다 부려보고 싶었다. 그렇게 열심히 경쟁하며 사는 것이 미덕인 줄 알고 20대를 보냈다. 학교를 졸업하고 군복무를 위해 다시 시골로 들어갔다. 3년 동안 전라도 산속에서 공중보건의 생활을 했다. 어느새 도시에 적응된 나는 이 답답한 시골 생활을 어떻게 3년이나 보낼까 걱정도 했었다. 그렇게 억지로 주어진 한적한 시골에서의 3년은 경쟁과 채찍질에 길들여진 나를 잠시 멈추게 한 시간이었다. 물론 지금은 가장이 되어 다시 도시로 나와 돈벌이를 하고 있다.


쉴 새 없이 내 모든 에너지를 다 써야만 하루를 마무리 하는 삶이 힘들었다. 그래서 도망가고 싶었다. 그런데 도망칠 용기도 방법도 몰랐다. 그래서 그냥 또 그렇게 끌려 다니는 생활이 너무 힘들었다. 나뿐만 아닐 것이다. 그래서 요즘은 점점 이와 정반대의 라이프 스타일을 찾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있다. '자아를 찾는다'는 명분으로 직장을 관두고, 숨겨뒀던 이상을 찾아 떠나는 사람들이 많이 생겨났다. 몇 년씩 여행을 다니거나, 현실의 삶보다는 이상을 꿈꾸며 사는 삶이 멋있고 부럽기도 했다. 

그런데 그 둘 다의 모습을 보며 겁이 났다. 그런 삶의 끝에는 뭐가 있을까? 그래서 잠깐 멈춰서 생각 좀 해볼 겸 도망칠 곳을 찾은 곳이 이 곳이다. "내발로 들어갔다가 내발로 나올 수 있는 감옥이라니..." 우연히 이 곳에 대한 소개글을 보고, 너무 반가워서 보자마자 신청했다.


일단 가는 길에 든 생각은 하나뿐이었다. "낮잠을 늘어지게 자보자~ 아무런 방해 없이!" 점심을 배부르게 먹고 방에 들어갔다. 이불을 펴고 누우니 바로 잠이 들었고, 해 질 녘에 눈이 떠졌다. 창밖을 가만히 바라보며 해 지는 모습을 천천히 바라봤다. 해지는 데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렇게 오랜만에 해지는 하늘을 아무 생각없이 바라보고 열린 창문으로 들어오는 풀 냄새를 맡으면서, 자연스레 어렸을 때 기억이 떠오르며 잠시나마 추억에 젖기도 했다. 공책을 펴서 이것저것 적다가도 아무것도 하지말자는 결심에 다시 내려놓기를 반복했다. 그만큼 아무것도 안하는 순간이 너무 어색하고 불안한 삶이 돼버렸다. 아침에 눈을 뜨고 다시 창밖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어제는 해가 지는 동안을 천천히 바라보았고, 오늘은 해가 뜨는 시간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108배를 알리는 방송이 나왔지만, 처음에는 일어나지 않았다. '멍'은 어제 오늘 충분히 때렸고,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하나는 해보고 가자라는 생각에 두 번째부터 일어나서 절을 하기 시작했다. 설에 하는 세배 외에, 절을 따로 해보기는 처음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절을 하면서 그 동안 참아왔던 감정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방송에서 나오는 목소리도 한 몫 했지만, 바닥을 향해 납작 엎드려 온 숨을 내 뱉고 잠시 멈추는 동작이 내 안의 어떤 것을 건드리는 느낌이었다. 그런 감정에 빠져볼까 했지만, 그마저도 비우고 싶어서 아무 생각 없이 108배를 마쳤다. 생각보다 힘들지 않고 개운했다. 오랜만에 새벽에 몸을 움직여보니 보람도 있었다. 잠시 후 문 밑으로 들어온 아침을 먹고, 드디어 석방(?)되었다.


나는 요즘 '자아를 찾아 떠나라'는 사람들처럼 현실을 버리고 떠날 용기는 없다. 그렇다고 현실을 누구보다 잘 살아낼 그릇도 가지지 못했다. 24시간 동안 갇혀있는 기회를 통해 그 둘 다를 지킬 수 있게 해줘서 고마웠다. 마지막으로 스스로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다 버리고 이상과 자아를 찾아 현실을 떠나는 사람들보다, 고단한 삶을 버티면서 사는 사람들이 어쩌면 더 용기 있는 삶이라고. '어떤 말도 충고도 없이, 듣고 있을 뿐이지만 든든한 힘이 되는 친구'처럼, 이 방은 가끔 찾아가면 현실을 열심히 사는 우리에게 묵묵히 응원을 보내주는 방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글 | 박상천 ('나와 세상을 바꾸는 독방 24시간' 참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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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행복공장장
2017.05.11 11:48

나와 세상을 바꾸는 독방 24시간

 

행복공장은 ‘성찰을 통해 개개인이 행복해지고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위기와 갈등을 극복하자는 취지’로 ‘나와 세상을 바꾸는 독방 24시간’ 프로젝트를 기획하였습니다. 3월부터 5월까지 매주말 스무 명 남짓의 사람들이 1.5평 독방에서 자신과 마주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24시간의 고요를 통해 내가 새로워지고 우리 사는 세상이 행복해지면 좋겠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http://happitory.org/relay_intro 에서 볼 수 있습니다)



[감옥에서 온 편지 8] 인간이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이유는 자기 방에 혼자 조용히 머무는 법을 모르기 때문이다


세월은 유수와 같다고 하던가? 대기업 협력사 사장으로 있다가 회사를 넘기고 후배가 하는 조그만 회사에서 고문으로 일한지 벌써 3년이 지나고 있다. 고문이란 역할이 일주일에 한두 번 후배 회사에 가서 점심이나 먹고 필요시 자문 정도 해주면 되는 것이기에 넉넉한 시간 속에서 그동안 제대로 하지 못했던 골프도 하고 문화원에 등록하여 책도 보며 소일하고 있다. 수십 년 동안 대기업 회사원으로서, 중소기업 대표로서 경주마처럼 앞만 보고 달려왔던 내 자신에 대한 위로와 보상 차원이었으리라.



그렇지만 이렇게 아무 생각 없이 느긋한 시간을 보내며 소일하는 것이 진정 내 자신에 대한 위로와 보상이 될까 의문이 들면서 마음 속에 허전함과 갈증이 쌓여가던 중, 행복공장에서 주말 릴레이 성찰프로그램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곧바로 참가 신청을 하였다.


토요일 아침 간단히 짐을 꾸려 차를 몰고 나섰다. 자청해서 1.5평 독방에 들어가는 것이지만, 그래도 하루 종일 1.5평 독방에 갇혀있을 것을 생각하니 답답하게 느껴지고, 하루만에 무슨 변화가 있을까 하는 회의적인 생각이 들이고 하였다.


행복공장 홍천수련원에 와서 수의를 연상케 하는 푸른 색 옷으로 갈아입으니 영낙없이 죄수가 된 기분이다. 오리엔테이션과 가벼운 점심식사를 마치고 2시쯤 독방으로 들어갔다. 독방 안에서 하루 종일 담배를 참으며 고통스럽게 있어야 하고, 밖에도 나가지 못한다는 생각에, 다시 부정적인 감정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핸드폰이 없어 답답하기도 하고, 뭘 해야 할지도 몰라 안절부절하며 멍 때리다가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 어느 새 저녁이 되었는지 문 아래 배식구로 식사가 들어왔다. 쉐이크랑 고구마 한 개.. 평소 저녁식사에 비해 턱없이 적다. 설마 이걸 먹고 아침까지 견디라는 것은 아니겠지 했는데, 그게 다였다.


방 안에 있는 이름 모를 차(나중에 들으니'황차'라 한다)를 끓여 마시니 맛이 오묘하다. 연거푸 두 잔을 마시고, 다시 멍때리기를 하다가 탁자 위에 놓여 있는'내 안의 감옥에서 나오기-휴휴'라는 워크북을 열었다.


첫 장에 '인간이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이유는 자기 방에 혼자 조용히 머무는 법을 모르기 때문이다'라는 파스칼의 글이 쓰여 있다. 잠시 지난 삶을 돌아보며 이 말의 뜻을 음미해본다. 그 동안 온전히 내 자신을 독대했던 적이 얼마나 있었나? 돈과 지위에 대한 열망 속에서 정신없이 앞만 보며 달리고, 현재의 행복은 뒤로 미룬 채, 세속적 욕망의 감옥에 갇혀 살아온 삶은 아니었나? 파스칼의 문구에 내 삶을 비추어보면서, 불현듯 독방 안에 있는 이 시간이 소중해지기 시작했다.



몇 장을 더 넘기니,'지난 삶 돌아보기'라는 항목이 나온다. 내 인생에 있었던 중요한 일들, 기뻤던 일, 슬펐던 일, 행복했던 일, 불행했던 일을 하나하나 써보니 마음이 절로 차분해졌다. 두 딸이 태어났을 때의 기쁨과 부모님을 여의었을 때의 슬픔이 교차했다. 초등학교 교사였던 아버지와 5남매를 뒷바라지하느라 오랫동안 행상을 했던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밀려온다. 계속해서 워크북을 채워나가다 보니 어느덧 한밤중이다.


워크북도 다 했으니, 이제부터 뭘 할까? 낮잠을 많이 자 잠은 안오고 담배 생각만 간절하다. 담배를 잊기 위해 오리엔테이션 때 배운 절을 하기 시작했다. 고관절이 좋지 않아 다소 불편한 자세로 30번 정도 했을까? 더 이상 못하겠다고 몸이 저항한다. 남들은 108배도 거뜬히 하는데 고작 30번도 못하다니, 그 동안 제대로 돌보지 않고 혹사시킨 내 몸에게 미안해진다.


이제부터 절은 그만하고 내 몸과 대화를 해야겠다. 명상 자세로 앉아 머리부터 발 끝까지 대화를 나눈다. 괜찮은 대학교에 입학할 수 있게 하고 좋은 직장을 얻을 수 있게 해준 약간은 똑똑한(?) 머리에 감사드리고, 당뇨병으로 고통받고 있는 췌장에게 사과하고...이런 식으로 나의 사지와 오장육부와 대화하다 보니, 어느새 내 안에 있는 세포가 하나하나 살아서 숨 쉬는 존재로 다가오고, 무심코 지나쳤던 '나 아닌 다른 존재들'도 신비하게 다가왔다.



창문을 여니, 깜깜한 하늘에 별은 반짝이고, 시원한 밤바람이 분다. 늘 곁에 있었지만, 제대로 느끼지 못했던 별빛과 밤바람이 새롭게 느껴진다. 너무나 당연히 여겨 감사할 줄 모르고 신비로움도 느끼지 못하는 것들이 우리 주위에 얼마나 많은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다시 잠 속에 빠져든다. 새벽 6시 기상 음악에 맞추어 일어나 50배쯤 절을 하다가 그만두고 호흡 명상을 하였다. 8시에 배식구로 땅콩죽이 들어와 맛있게 먹고, 창밖을 보다 보니 어느덧 10시, 독방 문이 열리자, 나와 마찬가지로 1.5평 독방에서 하룻밤을 보낸 사람들이 환한 모습으로 나를 맞아준다.


하루를 잘 견뎌낸 내 자신과 이 자리를 만들어주거나 함께 참가한 사람들에 대한 고마움, 그리고 행복감이 밀려온다. 길어야 몇 십 년이면 이 세상 떠날 텐데, 이제부터는 아등바등하지 말고 나에게도 남에게도 관대해지고, 감사하고 배려하면서, 그리고 가끔은 내 자신과 이렇게 욕심 없는 대화도 나누면서 즐겁게 살아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글 | 권재용 ('나와 세상을 바꾸는 독방 24시간' 참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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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행복공장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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