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7.25 14:13
나와 세상을 바꾸는 독방 24시간

 

행복공장은 '성찰을 통해 개개인이 행복해지고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위기와 갈등을 극복하자는 취지'로 '나와 세상을 바꾸는 독방 24시간' 프로젝트를 기획하였습니다. 3월부터 5월, 9월부터 12월까지 매주말 스무 명 남짓의 사람들이 1.5평 독방에서 자신과 마주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24시간의 고요를 통해 내가 새로워지고 우리 사는 세상이 행복해지면 좋겠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행복공장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습니다)

 

[감옥에서 온 편지 15] 화려한 다른 어떤 여행보다...

 

주어진 과제와 해야 할 일의 목록을 신경쓰지 않고 마음과 머리를 맑게 비워보고 싶었다. 주말에도 분명 몸은 쉬고 있는데도 늘 마음은 쫓기는 기분이었다.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지만, 일상의 무게 앞에서 그저 미뤄두기만 했다. 이러저런 이유로 마지막 주에야 참여하게 된 릴레이성찰 독방 24시간 프로그램. 오리엔테이션을 끝내고 핸드폰을 반납했다. 짧은 시간이지만 외부와 단절된다고 생각하니, 독방에 입실할 때 잠시 긴장이 되기도 했다.

 

 

정면으로 보이는 큰 창문 앞에 단촐한 책상 하나와 차를 마실 수 있도록 준비된 소박한 다기가 놓여 있다. 마음이 차분해 졌다. 독방체험이니까 혹시 고립감이나 답답함이 느껴지면 어쩌나 걱정도 약간 했었는데, 오히려 이 낯선 방문자를 환대해 주는 존재들이 거기 있었다. 바로 창밖으로 보이는 나무들과 햇살, 그리고 새소리와 바람이었다. 처음 한 동안 가만히 앉아 천천히 차를 마시면서 흔들리는 나뭇잎과 시원한 바람을 충분히 느껴보았다. 각자의 몫으로 주어진 삶을 소란떨지 않고 묵묵히 받아들이며 주변과 어우러져 살고 있는 자연의 모습을 통해 다시금 삶의 지혜를 배운다.

 

 

시간이 흐르고 고요한 침묵만이 주변에 가득하다. 뉴스도 없고, 휴대폰도 없고, 책도 없다. 외부의 모든 자극과 소음이 사라진 적막한 공간에 홀로 있으니, 내면의 움직임에 민감해지고 오감이 깨어나는 것 같다. 천천히 음미하는 차 한모금, 밥 한숟갈, 과일 한 조각을 과연 내가 언제 이토록 생생하게 느껴본적이 있었나 싶다. 평소에 무의식적으로 흘려보낸 것들, 눈길을 주지 못했던 존재들이 눈에 보였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고 했던 시인의 말이 떠올랐다.

 

 

어둠이 찾아오고 독방도 조금 익숙해 졌다. 문득 어쩌면 최대한 단촐한 삶을 살고자 한다면 1.5평 작은 공간만으로도 충분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사람 사는데 그렇게 넓은 공간, 많은 것들이 필요했던가 돌아보게 되었다. 나는 얼마나 많은 잡동사니들을 채우고 사는지 화들짝 놀랐다. 치장하고 소유하느라 하나 둘 쌓인 수많은 물건들을 떠올리자니 불안하고 공허한 내 마음의 흔적들을 보는 것 같았고, 버리지 못한 많은 책들도 결국 사람들에게 인정받으려는 안간힘처럼 보여서 갑자기 스스로 참 안됐다는 감정이 밀려왔다.

 

 

평소에는 알람을 세개나 맞춰놓고 자도 피곤할 때는 간혹 놓치기도 하는데, 공기가 좋아서인지 정신이 맑아서인지 6시 이른 아침, 어디선가 들려오는 오르골 소리같은 작고 청아한 소리에 눈이 떠졌다. 가벼운 몸으로 일어나 이불 정리와 세면을 마친 후, 창문을 열고 상쾌하고 시원한 바람을 맞이했다. 그리고 맑은 정신으로 백팔배를 했다. 처음으로 끝까지 해본 백팔배를 통해 나는 또 한번 몸을 다스리는 일이 마음을 다스리는 일임을 깨닫는다. 낮추고 엎드리는 동작을 반복하면서 자연스럽게 마음도 낮아지는 것 같았다. 절을 할수록 나이만큼의 부족했던 지난 날의 허물들이 떠올라서 눈물이 났고, 오늘의 내가 존재하기까지 나를 키우고 만들어준 귀중한 많은 인연들이 떠올라서 그들에게 감사했다.

 

 

24시간, 무엇을 하느냐에 따라 짧을 수도 있고 혹은 길 수도 있는 시간이다. 어떤 방해도 없이 독방에서 오롯이 내 자신의 내면을 마주했던 이 고요한 시간이 또 그리워질 것 같다. 화려한 다른 어떤 여행보다 값진 시간으로 내 마음에 새겨져 있다.

 

 

글 | 박선희 ('나와 세상을 바꾸는 독방 24시간' 참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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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행복공장장
2017.07.18 15:03
나와 세상을 바꾸는 독방 24시간

 

행복공장은 '성찰을 통해 개개인이 행복해지고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위기와 갈등을 극복하자는 취지'로 '나와 세상을 바꾸는 독방 24시간' 프로젝트를 기획하였습니다. 3월부터 5월, 9월부터 12월까지 매주말 스무 명 남짓의 사람들이 1.5평 독방에서 자신과 마주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24시간의 고요를 통해 내가 새로워지고 우리 사는 세상이 행복해지면 좋겠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행복공장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습니다)

 

 

[감옥에서 온 편지 14] 행복공장에서 찾은 행복

 

 

바쁘고 정신없는 도심에서 벗어나 한적한 곳에서 아무 생각 없이 편하게 쉬고 싶었다. 바깥 풍경을 멀리 바라볼 수 있는 큰 창이 마음에 들었다. 20시간 동안 누워서 혹은 앉아서 창을 통해 파란 하늘을 바라다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함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았다. 핸드폰이 곁에 없음에 감사했다. 아마도 핸드폰이 있었다면 이런 풍경을 온전하게 느끼지 못했을 것 같았다.

 

 

쉼이 목적이었지만 그래도 20시간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기에는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문득 들어 자세를 고쳐 앉아 내 자신에게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한 다섯 줄 정도 써내려가다 '요즘 행복하니?'라는 질문을 툭 던졌다. 특별한 일 없이 무탈하게 잘 지내고 있는 요즘이었기에 당연히 술술 써내려갈 수 있을 것 만 같았는데 선뜻 답을 하지 못했다. 당혹스러웠다. 그로부터 4시간이 지나서야 편지를 이어갈 수 있었다. '왜 선뜻 답을 이어가지 못했을까'라는 말로 시작하여 두서없이 머릿속에 생각나는 대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써내려갔다.

 

 

어릴 적부터 일기 쓰는 것을 좋아했다. 특히 고민이 있을 때. 명쾌하게 해결되는 건 아니지만 일기장에 써 내려가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편안함을 느꼈다. 나에게 쓰는 편지도 그랬다. 명쾌하게 답을 내릴 순 없었지만 좀 더 행복해지기 위해 현재 내게 어떤 것이 필요한지 어렴풋이 생각이 정리되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런 시간을 갖고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감이 느껴졌다. 드디어 편지를 마무리했다. 편지를 쓰기 시작한지 11시간 만이었다. 편지에서 나는 과거보다는 미래에 집중했다. 긴 시간이 소요됐지만 그래도 편지를 완성할 수 있었던 건 아마도 이곳이었기에 가능했던 것 같다. 서울에서는 이렇게 긴 시간을 오롯이 편지 쓰는 데만 집중할 수 없었을 테니.

 

 

지금은 저녁 8시 15분이다. 그냥 휴식을 취하러 온 거라며 20시간 동안 아무것도 안하고 멍하고 있기엔 아깝단 생각이 들어 너에게 편지를 쓰기 시작한다. 여기는 참 고요하다. 개구리 소리, 귀뚜라미 소리, 가끔 지나가는 자동차 소리조차 평온하다. 서울에서는 느껴 보기 힘든 이 고요함과 적막감이 정말 좋다.

 

행복하니? 이 질문만 남겨 놓고 나는 쉽사리 답을 하지 못하고 4시간여 만에 답을 하네. 선뜻 YES라는 대답이 나오지 않은 건 왜 일까? 요즘의 나를 돌아보면 딱히 안 좋은 일이 있는 것도 아닌데 그렇다고 딱히 즐겁지만도 않은 것 같다. 나만의 특유한 발랄함이 사라진 느낌이랄까?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어서일까? 아니면 별 일 없는 일상이 지루한 걸까?

 

사실 곰곰이 생각해보면 행복을 느낄 요소는 많은데... 우리 가족 무탈하게 건강히 잘 지내고 있고, 아빠 하시는 일도 순탄하게 반년을 맞이했고, 남자친구와도 간혹 토닥거리지만 여전히 잘 지내고 있고, 내 능력에 비해 과대평가 받으면서 직장생활 잘 하고 있고, 나름 여행도 다니며 부모님과의 추억도 쌓고 있는데. 근데 왜?

 

그러다 불현 듯 드는 한 가지 생각. 내 삶은 참 우여곡절도 많았고, 설렘도 많았고, 무언가에 열정적으로 빠져보기도 했기에 돌이켜보면 하루하루가 힘들고 정신없으면서도 참 재밌었다. 하지만 요즘의 나는 솔직히 얘기하면 재미가 없다, 설렘이 없다는 이유로 무탈하고 평온함이 주는 행복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 삶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대학원 이후 너무 바빴던 삶에 대한 보상이라도 주려는 듯 조금 게을리 살아온 네 자신에게 뭔가 해놓은 것이 없단 생각에 울적해하고 미안해하고 있다. 끊임없이 무언가를 계획하고 성취하는 걸 즐거워하는 너이기에 인생의 평탄함에 대해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는 거 안다.

 

그래도 민아야, 내가 보기엔 넌 지금 참 행복하다. 네가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인생은 포레스트 검프에 나오는 재미있는 초콜릿 상자 같아질 거다. 그러니 생각을 전환하여 평온한 일상에 감사함을 느끼자.

 

두서없이 주절대는 속에서는 뭔가 조금씩 풀려가는 느낌이 들어 무거웠던 마음에서 평온하고 긍정적인 마음에 기분이 한결 가벼워진다.

 

돌이켜보면 겪지 않아도 될 일들을 너무 많이 겪어서 아픔도, 후회도 많다는 거 안다. 하지만 난 네가 과거에 너무 집착하는 사람이 되지 않길 바란다. 또한 앞으로 펼쳐질 미래에 대해 지레 겁먹지 말고 담담한 마음으로 받아들이길 바란다. 특유의 발랄함을 다시 찾고 주위 사람 모두에게도 즐거운 에너지를 주도록 하자.

 

민아야, 서울로 돌아가거든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에 한탄하고 초조함을 느끼기보다 그 시간 자체를 즐기며 알차게 보낼 수 있는 방법에 고민하고 또 다시 하나하나 이뤄나가길 바란다. 사람간의 관계에서도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좀 더 이해해주고 감사하도록 하자.

 

그리고 네가 선택한 모든 일에 대해 100% 만족할 수도, 후회가 1%도 없을 수도 없다. 분명 네가 가지 않은 길에 대해 그리움과 호기심을 느끼겠지만 쓸 데 없는 IF를 생각하지 말고 주어진 길에서 더 행복할거란 확신을 가지고 그렇게 앞으로 나아가자.

 

지금 느끼는 이 평온을 꼭 기억하고 현재에 행복에 대해 의심하지 말고 그렇게 지금처럼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길 바란다. 언제나 철없는 행동과 선택으로 고생시키지만 누구보다도 널 많이 아끼고 사랑하는 내가 있으니 자신감을 갖고 현재의 행복을 즐기며 살렴.

 

2017.05.27-28

 

하루하루를 쉼 없이 달려왔으니 조금은 쉬어도 된다며 내 자신에게 주는 포상이라도 되는 듯 방에 앉아 TV채널을 돌리고 핸드폰을 들여다 보내던 시간 속에서 온전하게 내 자신을 들여다 볼 시간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런 내게 독방에서의 20시간은 사실 내 자신에 대해 완벽히 파악하고 완전한 고민을 해결하기엔 충분히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외부의 요인들을 향해 뿜어내던 나의 에너지를 내 안으로 향하게 하여 고스란히 품고 있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다. 이곳에서 가슴 가득 느꼈던 평온함과 설렘을 간직하고 돌아간다. 무료한 일상이 크게 달라지진 않겠지만 같은 일상을 맞이하는 내 마음가짐은 분명히 달라졌다. 무탈한 하루에, 가족과 함께 하는 평범한 식사에, 푸르른 가로수에, 청명한 하늘에, 언제나 곁에 있는 사람들에 절로 감사함이 느껴지며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다.

 

 

글 | 이민아 ('나와 세상을 바꾸는 독방 24시간' 참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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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행복공장장
2017.07.13 11:02
나와 세상을 바꾸는 독방 24시간
 
행복공장은 ‘성찰을 통해 개개인이 행복해지고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위기와 갈등을 극복하자는 취지’로 ‘나와 세상을 바꾸는 독방 24시간’ 프로젝트를 기획하였습니다. 3월부터 5월까지, 9월부터 12월까지 매주말 스무 명 남짓의 사람들이 1.5평 독방에서 자신과 마주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24시간의 고요를 통해 내가 새로워지고 우리 사는 세상이 행복해지면 좋겠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http://happitory.org/relay_intro 에서 볼 수 있습니다)

 

[감옥에서 온 편지 13] 5분만이라도 내 마음 속으로 고요히 들어갈 수 있다면...

 

지난 2월초였던가? 미황사 금강스님으로부터 한통의 전화를 받았다. 행복공장의 <릴레이 성찰 프로젝트-나와 세상을 바꾸는 독방24시간>이라는 프로그램의 추진위원을 맡아 달라는 내용이었다. 여러 가지 이유로 쉽게 수락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으나 프로그램의 취지가 너무 좋아서 결국 동의하고야 말았다. 그렇지만 <리틀 포레스트>의 촬영 등으로 인해 시간을 내기가 녹록치 않아서 5월 20일에야 겨우 참가할 수 있었다.

 

 

홍천의 행복공장에 도착한 느낌은 매우 '단정하다'는 느낌이었다. 도로에 인접한 공장위치도 꽤 인상적이었는데 보통 명상을 하거나 조용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장소는 도로에서 안쪽으로 많이 들어간 곳을 선호하기 때문이었다. 공간설계자의 탄력성과 유연성이 마음에 들었다.

날씨가 좋아 다른 때보다 취소자가 많아서 열 두어 명의 참가자가 전부였는데 참가동기와 면면들은 아주 다양했다. 간단하게 자기소개 시간이 있은 후 절하는 방법을 배우고 나서 2층 식당으로 이동했는데, 채식으로 마련된 정갈한 뷔페음식들은 내 입맛에 모두 잘 맞았고 이후 석식과 다음날 조식으로 준비된 음식들도 소박하고도 부드러워서 조용한 시간을 보내는데 도움이 되었다. 다기와 이불 등 최소한의 물품만 갖추어진 1.5평이라는 공간에 들어섰을 때 의외로 좁거나 답답하다고 느껴지지는 않았다. 아마 창문 밖으로 보이는 시원한 풍경 덕분일 것이리라.

 

 

오후 2시 즈음 입실하여 다음날 10시 정도에 퇴실하는 일정이니 20여 시간의 조용한 시간이 오롯이 내게 남겨졌다. 수면으로 7~8시간 정도를 뺀다 하여도 스마트폰이나 읽을거리 없는 12시간과 대면하여야 하는 숙제가 주어진 것이다. 막막하게 느끼는 참가자들을 도와주기 위해 주최측에서 준비한 워크북이 있었는데, 각자의 인생에서 중요한 사건들을 통해 불행한, 혹은 행복한 순간을 그래프로 표기하며 정리하다보니 의외로 나의 삶이 불행한 일보다 행복한 일이 더 많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또 나의 인생을 돌아보며 기소-변호-판결을 내리는 항목도 있었는데, 변호와 판결의 과정을 통해 나 자신을 더 이해할 수 있게 되고 자신에게 더 관대해지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80대가 된 자신이 현재의 자신에게 편지를 쓰는 부분도, 지금 현재 내가 누리고 있는 것의 소중함을 더 크게 인식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워크북을 마치고 나서는 그동안 바빠서 많은 마음을 쓰지 못했던, 내가 일하고 있는 동물보호단체 카라의 활동가들에게 마음의 편지를 썼다. 조직의 대표로서 활동가들에게 하고 싶었던 당부의 말을 적으면서 내가 동물보호 활동에 대해 가지는 애정의 크기를 가늠해 볼 수 있어서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호흡명상을 하면서 마음을 가라앉히니 자연스럽게 일상에서 내가 가지고 있는 나쁜 습관들에 대한 생각이 이어졌다. 개선과 변화의 결심을 제대로 실천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결심이 반복되면 언젠가는 성취하는 경험이 있었기에 다짐만으로도 성과가 있다고 느꼈다.

 

 

사실 현실적으로 20여 시간을 내자면 못 낼 사람이 뭐 그리 많겠는가만은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쫓기듯 등 떠밀리며 살고 있다. 비록 타의에 의해 주어진 기회였지만 이번 릴레이 성찰 프로그램은 지나간 생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앞으로 남은 시간들 또한 더 명확하게 구상할 수 있었으며 지금의 잘못된 습관에 대해 성찰하게 해 준 고마운 시간이었다. 성찰의 공간과 시간을 스스로 마련할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지혜로운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 비록 좌복 위나 조용한 공간이 아니더라도, 일상에서 단지 5~10분만이라도 내 마음 속으로 고요히 들어갈 수 있다면 당신의 성찰과 변화는 이미 시작된 것이다.

 

 

글 | 임순례 ('나와 세상을 바꾸는 독방 24시간' 참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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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행복공장장
2017.06.17 21:03

나와 세상을 바꾸는 독방 24시간


행복공장은 '성찰을 통해 개개인이 행복해지고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위기와 갈등을 극복하자는 취지'로 '나와 세상을 바꾸는 독방 24시간' 프로젝트를 기획하였습니다. 3월부터 5월까지 매주말 스무 명 남짓의 사람들이 1.5평 독방에서 자신과 마주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24시간의 고요를 통해 내가 새로워지고 우리 사는 세상이 행복해지면 좋겠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행복공장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습니다)



[감옥에서 온 편지 12] 아날로그적 삶



법인에서 사회복지사 소진 예방을 위해 '내 안의 감옥'이라는 프로그램을 제안했고, 기대 반 걱정 반으로 '행복공장'에 대한 인터넷 검색을 시작했다. 블로그, 카페 등에 다양한 글이 올라와 있었는데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져서 좋았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적어도 나의 삶에 있어서 아날로그식의 생활방식도 상관없다고 생각했었는데 무의식중에 프로그램 정보를 얻기 위해 미디어, 매체 등을 활용하는 나를 보며 이미 디지털화되었음을 자각할 수 있었다. 사실 1인 가구가 보편화된 현대 사회에서 독방체험이 대수롭지 않게 여겨질 수는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매체와 단절한 채 떠나 있는 경험은 쉬운 일이 아니다. 도전에 있어서는 몸을 사리지 않기 때문에 희망의 날개를 활짝 펴고 홍천으로 향했다.


사회에 소속되어 맡은 역할은 다양하겠지만 똑같은 수련복으로 갈아입고 한 명의 참여자로 임했다. 프로그램 일정 및 규칙에 대해 소개를 받고, 간단한 산책 후에 'The Prison Inside Me'가 시작되었다.



푹~ 쉬고 오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했으나 들어가자마자 누워서 무엇을 해야 할 지 고민했다. 나에 대해 생각을 하다 보니 주변인들을 빼놓을 수 없었고, 과거로 돌아가며 생각나는 사람들에게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며칠 전 헤어진 남자친구를 필두로 어릴 때 친구까지... 손편지를 쓰다 보니 컴퓨터, 핸드폰 문자메시지에만 익숙해져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한 채 정성과 진심을 종이에 옮겨 담았다. 종착점은 '나에게로의 편지'였다. 무려 6장을 빽빽하게 쓰면서 거짓도 꾸밈도 없는 진정한 이야기를 썼다. 남들에게 보여주는 글이 아닌 오롯이 나에게 쓰는 것이라 자아를 탐색하는데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도구가 되었다. 장소의 영향인지 매일 쓰는 일기와는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어느새 그 곳에 젖어들어 바깥세상에서의 내가 아닌 그 곳에서의 나를 돌아보고 있었다.



숙제처럼 여겨졌던 워크북의 내용 중에서 미래의 내가 현재의 나에게 쓰는 편지가 있었는데 앞으로 있을 일에 대해 찬찬히 쓰면서 어떻게 살아갈지 구체적, 현실적으로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문제가 되는 행동들에 대해 수정 가능성도 엿볼 수 있었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눈 깜짝할 사이에 하루가 지나갔다. 프로그램이 끝난 뒤 '나누기' 시간에 여러 가지 소감이 있었다. 독방이 처음에는 힘들었지만 그 속에서 무언가를 느끼고 깨달음을 얻었다는 분, 살아오면서 남의 시선에 대해 신경 쓰지 않겠노라고 다짐했지만 타인의 행동에 반응을 보이는 자신을 발견했고, 그것에 대해 생각을 해보았다는 분도 있었다. 나에게 있어서는 꼭 기억하고 싶은 추억 중의 하나였고, 기회가 된다면 조금 오랜 시간 체험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행복공장 관계자 분들의 모습에 감동했고, 그러한 여유를 가질 수 있음에 감탄했다. 나 또한 기회가 된다면 꼭 한 번 그러한 삶을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장님께서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 올 예정이라고 말씀하셨다. 현재 청소년과 함께 지내고 있어서인지 자아정체감을 확립하는 시기의 청소년이 자아를 탐색하거나 인식하는데 혼자만의 시간을 가짐으로써 스스로 깨닫게 하는 것은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그 속에서 어떤 것이라도 느낀 바가 있다면 자신의 삶의 방향성을 찾는데 도움을 줄 수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으며 이 글을 마친다.


글 | 이선미 ('나와 세상을 바꾸는 독방 24시간' 참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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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행복공장장
2017.05.23 16:02

나와 세상을 바꾸는 독방 24시간

 

행복공장은 ‘성찰을 통해 개개인이 행복해지고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위기와 갈등을 극복하자는 취지’로 ‘나와 세상을 바꾸는 독방 24시간’ 프로젝트를 기획하였습니다. 3월부터 5월까지 매주말 스무 명 남짓의 사람들이 1.5평 독방에서 자신과 마주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24시간의 고요를 통해 내가 새로워지고 우리 사는 세상이 행복해지면 좋겠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http://happitory.org/relay_intro 에서 볼 수 있습니다)


[감옥에서 온 편지 10] 감옥의 역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그런데 독방 감옥을 찾아 들어간다니......' 내가 1박 2일간의 '수감생활'을 마치고 사회로 돌아와 지인들에게 내 경험을 털어놓았을 때 첫 반응은 모두 '의아하다'는 것이었다. "굳이 그럴 필요까지 있을까?"라는 질문이 되돌아왔다. 내가 감옥에 들어가기 전에 가졌던 의문 그대로.


'내 안의 감옥'에 들어가기 전, 감옥에 대해 연상되는 이미지는 음습하고 침침한 서대문형무소나 긴박감과 폭력이 넘치는 미국드라마 '프리즌 브레이크'가 전부였다. 행복공장이 마련한 감옥은 이런 상상과는 완전히 달랐다. 개미 한 마리도 무서워하는 숙녀분이 지내기에도 편안할만큼 깨끗한 시설에 깔끔한 먹거리까지. 게다가 비상시에는 내부에서 열고 나올 수 있는 장치에 비상구까지 준비돼 있으니, 석호필처럼 몸에 문신으로 탈출로를 새기고 들어갈 필요가 없다.



그래도 감옥은 감옥. 오후 2시 수감 후 밖에서 잠그는 시건 장치 소리, 문 아래 달린 배식구를 통해 전달되는 두 끼의 식사, 휴대폰을 포함한 일체의 사물금지, 특히 감옥에서도 수감자들이 가장 피하고 싶어하는 '독방'이라는 사실은 이곳이 감옥 밖과는 다른 공간임을 분명히 해준다.


그러나 이런 외형적인 것뿐만 아니라 내용적으로도 이곳은 색다른 감옥이다. 사회생활을 경험한 인간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고 싶으면서도, 막상 할 일이 없으면 낙오자가 된 듯 뭘 할지 모르고 다른 '일'을 찾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자기 생각을 정리해 보겠다며 찾아간 템플스테이마저도 정해진 일과에 따라 움직이느라 바쁘다. 여기에는 어떤 일과도 없이 오롯이 내가 하고 싶은 생각에 몰입할 수 있다. 자그마한 다기세트와 탁자, 양변기, 세면대, 침구가 전부. 1.5평의 작은 독방은 이런 몰입을 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풍족한 공간이 된다. 나처럼 폐쇄공포증이 있는 사람에게도 한쪽 벽면을 차지하고 있는 창문은 사유의 우주로 나가기에 충분한 통로이다.



압박감을 예상했던 밀폐된 독방 안에서 감옥 밖에서는 누릴 수 없는 자유를 만끽하게 되는 이 역설은 무엇이라 설명하기 어렵다. 독방 한 구석에 낙서처럼 써놓은 철학자 블레즈 파스칼의 명언, '인간의 모든 문제는 방에 혼자 조용히 머물러 있는 방법을 모르는데 기인한다'. 그의 명상록 '팡세'에 있는 '인간은 자연에서 가장 연약한 한 줄기 갈대일 뿐이다. 그러나 그는 생각하는 갈대이다'와 맥을 같이 한다. 인간의 존엄성은 자신이 채우고 있는 공간과 욕심이 아니라, 결국 자신이 하는 사유(思惟)에 의해 이뤄지기 때문이다. 이 사유로부터 개인의 도덕이 완성되고, 이를 통해 올바른 사회생활이 가능한 것은 아닐까?


조정래 선생은 자신의 치열한 저작 생활 40년을 '황홀한 글 감옥'이라는 자전적 에세이 집의 책제목으로 표현한 바 있다. 황홀과 감옥이라는 이 모순되는 표현을 24시간의 수감생활을 통해 조금이라도 맛볼 수 있었다고 하면 과장일까. 나는 이 시간을 통해 사회생활을 시작하던 오래 전의 초심을 다시 되새기면서 미래를 그려나가는 힘을 얻었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요즘은 웬만한 산을 가도, 둘레길을 가도 땅을 밟기 보다는 시멘트길과 나무데크길만을 디디다가 오기 마련이다. 홍천에 있는 이 감옥을 가면 입실하기 전에 행복공장에서 제공하는 마지막 '사식'을 먹고 홍천강 지류의 한자락을 땅을 밟고 도는 산책의 맛을 보너스로 누릴 수 있다. 하루 종일 하늘을 나는 새만큼도 땅을 밟지 않는 우리들에게 폭신한 땅을 디뎌보고 느껴보는 호사 아닌 호사이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이 사회 생활의 한계를 극복하는, 사회 생활로 인한 영혼의 상처를 치유하는 힘은 아이러니하게도 고독일지 모른다. 개인은 고독을 통해 자아성찰을 하게 되고, 사회 속 자신의 본모습을 보게 되고, 개인의 한계를 넘어서는 힘을 얻게 되는 것은 아닐까. 행복공장의 독방 감옥은 이런 힘을 내 안에서 찾을 수 있게 해주는 감옥인 셈이다.


글 | 김병철 ('나와 세상을 바꾸는 독방 24시간' 참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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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행복공장장
2017.05.17 09:59

나와 세상을 바꾸는 독방 24시간

 

행복공장은 ‘성찰을 통해 개개인이 행복해지고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위기와 갈등을 극복하자는 취지’로 ‘나와 세상을 바꾸는 독방 24시간’ 프로젝트를 기획하였습니다. 3월부터 5월까지 매주말 스무 명 남짓의 사람들이 1.5평 독방에서 자신과 마주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24시간의 고요를 통해 내가 새로워지고 우리 사는 세상이 행복해지면 좋겠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http://happitory.org/relay_intro 에서 볼 수 있습니다)


[감옥에서 온 편지 9] 참 잘 도망왔다~


나는 어려서 지리산자락 조용한 시골에서 자랐다. 수업이 끝나면 친구들과 해질 때까지 놀다가 땀에 흠뻑 젖어 들어오고, 비가 오면 비를 맞고, 벌레나 곤충이 보이면 하루 종일 풀밭과 구정물에서 뒹굴다가 왔다. 점차 크면서 도시로 나왔는데, 그 때는 또 그런대로 도시의 삶을 동경하며 좋아했다. 흔히들 하는 젊은이의 야망과 허세도 누구보다 부려보고 싶었다. 그렇게 열심히 경쟁하며 사는 것이 미덕인 줄 알고 20대를 보냈다. 학교를 졸업하고 군복무를 위해 다시 시골로 들어갔다. 3년 동안 전라도 산속에서 공중보건의 생활을 했다. 어느새 도시에 적응된 나는 이 답답한 시골 생활을 어떻게 3년이나 보낼까 걱정도 했었다. 그렇게 억지로 주어진 한적한 시골에서의 3년은 경쟁과 채찍질에 길들여진 나를 잠시 멈추게 한 시간이었다. 물론 지금은 가장이 되어 다시 도시로 나와 돈벌이를 하고 있다.


쉴 새 없이 내 모든 에너지를 다 써야만 하루를 마무리 하는 삶이 힘들었다. 그래서 도망가고 싶었다. 그런데 도망칠 용기도 방법도 몰랐다. 그래서 그냥 또 그렇게 끌려 다니는 생활이 너무 힘들었다. 나뿐만 아닐 것이다. 그래서 요즘은 점점 이와 정반대의 라이프 스타일을 찾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있다. '자아를 찾는다'는 명분으로 직장을 관두고, 숨겨뒀던 이상을 찾아 떠나는 사람들이 많이 생겨났다. 몇 년씩 여행을 다니거나, 현실의 삶보다는 이상을 꿈꾸며 사는 삶이 멋있고 부럽기도 했다. 

그런데 그 둘 다의 모습을 보며 겁이 났다. 그런 삶의 끝에는 뭐가 있을까? 그래서 잠깐 멈춰서 생각 좀 해볼 겸 도망칠 곳을 찾은 곳이 이 곳이다. "내발로 들어갔다가 내발로 나올 수 있는 감옥이라니..." 우연히 이 곳에 대한 소개글을 보고, 너무 반가워서 보자마자 신청했다.


일단 가는 길에 든 생각은 하나뿐이었다. "낮잠을 늘어지게 자보자~ 아무런 방해 없이!" 점심을 배부르게 먹고 방에 들어갔다. 이불을 펴고 누우니 바로 잠이 들었고, 해 질 녘에 눈이 떠졌다. 창밖을 가만히 바라보며 해 지는 모습을 천천히 바라봤다. 해지는 데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렇게 오랜만에 해지는 하늘을 아무 생각없이 바라보고 열린 창문으로 들어오는 풀 냄새를 맡으면서, 자연스레 어렸을 때 기억이 떠오르며 잠시나마 추억에 젖기도 했다. 공책을 펴서 이것저것 적다가도 아무것도 하지말자는 결심에 다시 내려놓기를 반복했다. 그만큼 아무것도 안하는 순간이 너무 어색하고 불안한 삶이 돼버렸다. 아침에 눈을 뜨고 다시 창밖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어제는 해가 지는 동안을 천천히 바라보았고, 오늘은 해가 뜨는 시간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108배를 알리는 방송이 나왔지만, 처음에는 일어나지 않았다. '멍'은 어제 오늘 충분히 때렸고,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하나는 해보고 가자라는 생각에 두 번째부터 일어나서 절을 하기 시작했다. 설에 하는 세배 외에, 절을 따로 해보기는 처음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절을 하면서 그 동안 참아왔던 감정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방송에서 나오는 목소리도 한 몫 했지만, 바닥을 향해 납작 엎드려 온 숨을 내 뱉고 잠시 멈추는 동작이 내 안의 어떤 것을 건드리는 느낌이었다. 그런 감정에 빠져볼까 했지만, 그마저도 비우고 싶어서 아무 생각 없이 108배를 마쳤다. 생각보다 힘들지 않고 개운했다. 오랜만에 새벽에 몸을 움직여보니 보람도 있었다. 잠시 후 문 밑으로 들어온 아침을 먹고, 드디어 석방(?)되었다.


나는 요즘 '자아를 찾아 떠나라'는 사람들처럼 현실을 버리고 떠날 용기는 없다. 그렇다고 현실을 누구보다 잘 살아낼 그릇도 가지지 못했다. 24시간 동안 갇혀있는 기회를 통해 그 둘 다를 지킬 수 있게 해줘서 고마웠다. 마지막으로 스스로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다 버리고 이상과 자아를 찾아 현실을 떠나는 사람들보다, 고단한 삶을 버티면서 사는 사람들이 어쩌면 더 용기 있는 삶이라고. '어떤 말도 충고도 없이, 듣고 있을 뿐이지만 든든한 힘이 되는 친구'처럼, 이 방은 가끔 찾아가면 현실을 열심히 사는 우리에게 묵묵히 응원을 보내주는 방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글 | 박상천 ('나와 세상을 바꾸는 독방 24시간' 참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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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행복공장장
2017.05.11 11:48

나와 세상을 바꾸는 독방 24시간

 

행복공장은 ‘성찰을 통해 개개인이 행복해지고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위기와 갈등을 극복하자는 취지’로 ‘나와 세상을 바꾸는 독방 24시간’ 프로젝트를 기획하였습니다. 3월부터 5월까지 매주말 스무 명 남짓의 사람들이 1.5평 독방에서 자신과 마주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24시간의 고요를 통해 내가 새로워지고 우리 사는 세상이 행복해지면 좋겠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http://happitory.org/relay_intro 에서 볼 수 있습니다)



[감옥에서 온 편지 8] 인간이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이유는 자기 방에 혼자 조용히 머무는 법을 모르기 때문이다


세월은 유수와 같다고 하던가? 대기업 협력사 사장으로 있다가 회사를 넘기고 후배가 하는 조그만 회사에서 고문으로 일한지 벌써 3년이 지나고 있다. 고문이란 역할이 일주일에 한두 번 후배 회사에 가서 점심이나 먹고 필요시 자문 정도 해주면 되는 것이기에 넉넉한 시간 속에서 그동안 제대로 하지 못했던 골프도 하고 문화원에 등록하여 책도 보며 소일하고 있다. 수십 년 동안 대기업 회사원으로서, 중소기업 대표로서 경주마처럼 앞만 보고 달려왔던 내 자신에 대한 위로와 보상 차원이었으리라.



그렇지만 이렇게 아무 생각 없이 느긋한 시간을 보내며 소일하는 것이 진정 내 자신에 대한 위로와 보상이 될까 의문이 들면서 마음 속에 허전함과 갈증이 쌓여가던 중, 행복공장에서 주말 릴레이 성찰프로그램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곧바로 참가 신청을 하였다.


토요일 아침 간단히 짐을 꾸려 차를 몰고 나섰다. 자청해서 1.5평 독방에 들어가는 것이지만, 그래도 하루 종일 1.5평 독방에 갇혀있을 것을 생각하니 답답하게 느껴지고, 하루만에 무슨 변화가 있을까 하는 회의적인 생각이 들이고 하였다.


행복공장 홍천수련원에 와서 수의를 연상케 하는 푸른 색 옷으로 갈아입으니 영낙없이 죄수가 된 기분이다. 오리엔테이션과 가벼운 점심식사를 마치고 2시쯤 독방으로 들어갔다. 독방 안에서 하루 종일 담배를 참으며 고통스럽게 있어야 하고, 밖에도 나가지 못한다는 생각에, 다시 부정적인 감정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핸드폰이 없어 답답하기도 하고, 뭘 해야 할지도 몰라 안절부절하며 멍 때리다가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 어느 새 저녁이 되었는지 문 아래 배식구로 식사가 들어왔다. 쉐이크랑 고구마 한 개.. 평소 저녁식사에 비해 턱없이 적다. 설마 이걸 먹고 아침까지 견디라는 것은 아니겠지 했는데, 그게 다였다.


방 안에 있는 이름 모를 차(나중에 들으니'황차'라 한다)를 끓여 마시니 맛이 오묘하다. 연거푸 두 잔을 마시고, 다시 멍때리기를 하다가 탁자 위에 놓여 있는'내 안의 감옥에서 나오기-휴휴'라는 워크북을 열었다.


첫 장에 '인간이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이유는 자기 방에 혼자 조용히 머무는 법을 모르기 때문이다'라는 파스칼의 글이 쓰여 있다. 잠시 지난 삶을 돌아보며 이 말의 뜻을 음미해본다. 그 동안 온전히 내 자신을 독대했던 적이 얼마나 있었나? 돈과 지위에 대한 열망 속에서 정신없이 앞만 보며 달리고, 현재의 행복은 뒤로 미룬 채, 세속적 욕망의 감옥에 갇혀 살아온 삶은 아니었나? 파스칼의 문구에 내 삶을 비추어보면서, 불현듯 독방 안에 있는 이 시간이 소중해지기 시작했다.



몇 장을 더 넘기니,'지난 삶 돌아보기'라는 항목이 나온다. 내 인생에 있었던 중요한 일들, 기뻤던 일, 슬펐던 일, 행복했던 일, 불행했던 일을 하나하나 써보니 마음이 절로 차분해졌다. 두 딸이 태어났을 때의 기쁨과 부모님을 여의었을 때의 슬픔이 교차했다. 초등학교 교사였던 아버지와 5남매를 뒷바라지하느라 오랫동안 행상을 했던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밀려온다. 계속해서 워크북을 채워나가다 보니 어느덧 한밤중이다.


워크북도 다 했으니, 이제부터 뭘 할까? 낮잠을 많이 자 잠은 안오고 담배 생각만 간절하다. 담배를 잊기 위해 오리엔테이션 때 배운 절을 하기 시작했다. 고관절이 좋지 않아 다소 불편한 자세로 30번 정도 했을까? 더 이상 못하겠다고 몸이 저항한다. 남들은 108배도 거뜬히 하는데 고작 30번도 못하다니, 그 동안 제대로 돌보지 않고 혹사시킨 내 몸에게 미안해진다.


이제부터 절은 그만하고 내 몸과 대화를 해야겠다. 명상 자세로 앉아 머리부터 발 끝까지 대화를 나눈다. 괜찮은 대학교에 입학할 수 있게 하고 좋은 직장을 얻을 수 있게 해준 약간은 똑똑한(?) 머리에 감사드리고, 당뇨병으로 고통받고 있는 췌장에게 사과하고...이런 식으로 나의 사지와 오장육부와 대화하다 보니, 어느새 내 안에 있는 세포가 하나하나 살아서 숨 쉬는 존재로 다가오고, 무심코 지나쳤던 '나 아닌 다른 존재들'도 신비하게 다가왔다.



창문을 여니, 깜깜한 하늘에 별은 반짝이고, 시원한 밤바람이 분다. 늘 곁에 있었지만, 제대로 느끼지 못했던 별빛과 밤바람이 새롭게 느껴진다. 너무나 당연히 여겨 감사할 줄 모르고 신비로움도 느끼지 못하는 것들이 우리 주위에 얼마나 많은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다시 잠 속에 빠져든다. 새벽 6시 기상 음악에 맞추어 일어나 50배쯤 절을 하다가 그만두고 호흡 명상을 하였다. 8시에 배식구로 땅콩죽이 들어와 맛있게 먹고, 창밖을 보다 보니 어느덧 10시, 독방 문이 열리자, 나와 마찬가지로 1.5평 독방에서 하룻밤을 보낸 사람들이 환한 모습으로 나를 맞아준다.


하루를 잘 견뎌낸 내 자신과 이 자리를 만들어주거나 함께 참가한 사람들에 대한 고마움, 그리고 행복감이 밀려온다. 길어야 몇 십 년이면 이 세상 떠날 텐데, 이제부터는 아등바등하지 말고 나에게도 남에게도 관대해지고, 감사하고 배려하면서, 그리고 가끔은 내 자신과 이렇게 욕심 없는 대화도 나누면서 즐겁게 살아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글 | 권재용 ('나와 세상을 바꾸는 독방 24시간' 참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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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01 17:51

나와 세상을 바꾸는 독방 24시간


행복공장은 '성찰을 통해 개개인이 행복해지고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위기와 갈등을 극복하자는 취지'로 '나와 세상을 바꾸는 독방 24시간' 프로젝트를 기획하였습니다. 3월부터 5월까지 매주말 스무 명 남짓의 사람들이 1.5평 독방에서 자신과 마주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24시간의 고요를 통해 내가 새로워지고 우리 사는 세상이 행복해지면 좋겠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행복공장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습니다)



[감옥에서 온 편지 7] 죄책감이 나를 지배했다.



대학 졸업 6개월 전, 나의 장래희망은 시민단체 상근활동가였다.

대학 졸업 3개월 전, 가고 싶던 시민단체에서 자원활동을 시작했다. 선배활동가들은 나에게, "변호사가 없어서 힘들다. 변호사가 되어서 여기 와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그래서 고시 공부를 시작했다. 공부하는 동안에는 일절 다른 활동을 하지 않았다. 시험에 스스로를 가둬놓아야, 빨리 합격해서 다시 돌아갈 수 있을 거라 믿었다.


수험생활은 한 해 한 해 길어졌고, 조금씩 조바심이 났다. 내가 이렇게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 동안에도, 열악한 환경에서 분투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점점 더 미안해졌다. 어쨌거나 나는 더 편안한 길을 택한 것이 아닌가, 스스로 책망하기 시작했다.


수험생활이 더 길어지면서, 마음을 뒤흔드는 일도 여러 차례 일어났다. 어떤 분들은 한을 남긴 채 세상을 떠났다. 그때에도 나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온종일 울다가, 이러면 공부를 할 수 없겠다 싶어 아예 모든 뉴스를 다 끊었다. 부채의식은 점점 더 커져갔다.


우여곡절 끝에 법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하고 변호사가 되었다. 변호사 업무는 적성에 잘 맞았다. 새 사건을 보면 엔돌핀이 돌았고, 며칠씩 밤을 새워도 즐겁기만 했다. 그러나 고용변호사로 살면서 외부 활동을 하는 것은 만만치 않았다. 시민단체 활동을 하기 위해 변호사가 되었는데, 정작 단체 활동에는 손도 못 내밀고 있었다. 분명 행복할 조건을 다 갖춘 것 같은데도 하루하루가 불행하기만 했다. 이래선 안 된다는 위기감이 들었다.


직장을 그만두고, 2달간 하고 싶던 일만 하고 살아보기로 했다. 내가 원하는 시간에, 만나고 싶은 사람들만 만나고, 가고 싶던 강연이나 회의에 마음껏 참여했다. 꿈꾸듯 즐거웠다. 점점 욕심이 커졌다. 쭉 이렇게 살고 싶다, 더 내 맘대로 살고 싶다. 이제는 그래도 되지 않을까....... 그리고 이제 그만 세상에 대한 부채의식에서 벗어나도 되지 않을까......


'시민단체 상근을 할까? 집에서 그 사무실까지 어떻게 다녀야 하지? 아니, 60세가 되면 하려했던 재난지역 구호활동 지금 가면 안 될까? Why not? 지금 나를 붙잡고 있는 건 아무것도 없는데...... 그러면 이 지긋지긋한 죄책감에서 벗어날 수 있을 거야. 더 이상 스스로를 비난하지 않을 수 있을 거야.' 그러던 와중에 어느 로펌으로부터 채용 제안을 받았다. 1달 전의 나였다면 몹시 기뻤을, 그러나 지금의 나에게는 물음표가 남는.


그때 릴레이성찰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었다. 24시간 독방에서 홀로 생각할 시간이 주어진다고 했다. 그래, 여기에 가서 향후 진로를 고민해보고, 결론을 내리자고 마음먹었다. 마침 로펌 측에 대답을 주어야 하는 날 이틀 전이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막상 프로그램이 시작되고 나니, 직장 생각은 무슨, 오로지 남편 생각밖에 나지 않았다. 행복공장에서 준 <휴휴, 내 안의 감옥에서 나오기> 워크북의 <80살의 내가 지금의 나에게 보내는 편지>라는 과제를 보자 '80살의 나와 남편은 어떤 관계일까'하는 생각만 들었고, 독방에 들어간 뒤 좁고 긴 창문으로 소나무 가지가 바람에 흔들리는 풍경을 보아도, 남편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나에게 어떤 감정을 갖고 있을까 하는 생각만 가득했다.


실은 남편에게 진로 문제에 대해 일방적인 통지를 하고 난 뒤였다. 그것도 SNS로, 심지어 남편이 여행을 떠나는 날 비행기 출발시각 직전에. 몇 년을 떨어져 살아야할지 모르는 선택이나 함께 세웠던 재정계획을 뒤집어엎는 선택을 하고 싶다고, 충분히 상의할 시간이 있었는데도 잠자코 있다가 마지막 순간에야 한두 마디로 끄적여 내질러 버린 것이다. 


최근 나는 남편에게 늘 화나 있었다. 고집도 많이 부렸고, 마음속으로 원망도 했다. 남편의 존재를 좀 가볍게 여기기도 했던 것 같다. 가정생활을 송두리째 바꿀만한 선택에 대해 고민하면서도, 내가 이렇게 오랫동안 고통받아왔으니 남편은 받아들여줘야 한다고 고집을 피우고 싶었다.


그런데 정작 <80살의 나>에게 가장 궁금한 것은 '그때도 내 곁에 남편이 있고, 서로 아끼고 사랑하며 살고 있는지'였고, <내 삶이 1년밖에 남지 않았다면, 그 1년간 무엇을 할까>라는 질문에 내가 자연스레 그린 그림은 '남편과 내가 손잡고 전 세계를 여행하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나를 행복하지 못하게 막는 내 안의 감옥은 무엇인가>에 대한 나의 대답은 '죄책감과 분노'였다(남편이 아니라).


사교든 업무든 간에 집이 아닌 바깥에서 시간을 보내야 한다는 강박, 지금까지 못한 만큼 내 시간과 에너지를 공적인 일을 위해 써야 한다는 의무감. 좀 더 헌신하고 좀 더 곤궁해야 이 오랜 죄책감을 씻어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정작 나 자신이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는 제대로 살펴주지 못했던 것이다. 그래서 남편에게만은 특히 인색하게 굴었던 것 같다.


독방에 앉아 <휴휴> 워크북을 글과 그림으로 가득 채워가면서, 방바닥에 눈물을 투둑투둑 뿌리며 오래 울었다. 내가 이런 사람이었구나, 나의 마음속에 이런 것이 있던 것을 나는 알면서도 모른 척했구나. 자연스레 내 안에서 밖으로 끄집어내진 글과 그림을, 더는 부인할 수 없었다. <판결문 쓰기-지난 삶에 대한 중간 평가>에서 검사로서 내 현실을 지적하고, 변호인으로서 지나온 삶의 고통과 내가 해온 노력을 이야기하고, 판사로서 나를 용서해준 그 과정은 한 글자 한 글자 꼭꼭 가슴에 새겨졌다. 다 쓰고 나서도 몇 번이고 다시 읽고 또 울고 마음에 다시 새겼다. 그렇게 <휴휴> 워크북을 다 채우고 나니 밤이 깊었다. 정작 직장 문제에 대한 고민은 하나도 못했지만, 더 이상 생각을 할 기운이 없어 그대로 잠이 들었다.


다음 날 아침, 108배를 하고 아침을 먹었다. 가부좌를 틀고 깊은 호흡을 했다. 이제는 소나무를 보아도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다. 오로지 숨만 깊게 천천히 마시고 내쉬는 것이 편안하고 즐거웠다. 조용히 출소할 준비를 했다. 아무것도 고민하지 않았는데, 어느새 직장에 관한 고민도 끝나있었다.



성찰이란 무엇일까? 나는 '앞으로 어떻게 살까'를 고민하기 위해 여기에 왔다. 그런데 막상 와서는 죽도록 '나는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왔나, 지금 나는 어떤 사람인가'만 고민했다. 그러고 나니 지금 내가 어떤 선택을 할지 저절로 알게 되었다.


그런 것 같다. 성찰이란 기존에 없던 생각을 새롭게 해내는 것이 아니다. 그저 내가 스스로 알고 있던 것, 그러나 내 안의 감옥에 사로잡혀 드러내지 못했던 것들을 끄집어내어,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긍정하고, 다시 나의 안으로 받아들이는 과정. 문제도 내 안에 있고, 해결책도 내 안에 있다. 그러나 그것을 발견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가족과 동료와 사회 모두와 단절된 채로 보냈던 독방에서의 하루. 오로지 나만을 들여다보고, 나는 나를 용서하였다. 그리고 다시 세상에서 보낸 지난 열흘간 나는 이전보다 훨씬 많이 웃었고, 더 가벼워졌고(몸과 마음 모두가!), 나와 세상이 조화롭게 어우러짐을 느낀다.


이제 나는 서슴없이 '행복하다'고 말한다. 이 글을 읽는 당신도 행복해지길.


글 | 현지현 ('나와 세상을 바꾸는 독방 24시간' 참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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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행복공장장
2017.04.19 15:33

나와 세상을 바꾸는 독방 24시간


행복공장은 '성찰을 통해 개개인이 행복해지고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위기와 갈등을 극복하자는 취지'로 '나와 세상을 바꾸는 독방 24시간' 프로젝트를 기획하였습니다. 3월부터 5월까지 매주말 스무 명 남짓의 사람들이 1.5평 독방에서 자신과 마주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24시간의 고요를 통해 내가 새로워지고 우리 사는 세상이 행복해지면 좋겠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행복공장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습니다)



[감옥에서 온 편지 6] 봄은 늘 우리에게 새로운 선물을 준다




가끔은 모든 것을 내려놓고 온전히 실존적인 나에게 몰입하는 시간을 우리는 얼마나 가질 수 있을까? 내가 원하지 않아도 세상은 나를 내버려 두지 않는다. 더 열심히 뭔가를 해야 하고 몸담고 있는 일터에서도 끊임없이 성과를 내야하고 가정에서는 아내와 남편의 모습으로 살아가느라 온전한 나 자신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또한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대로 세상이 움직이지 않고 그런 세상 앞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나를 볼 때 한없이 무너지기도 한다. 이러한 세상에서 수십번 좌절하고 또 힘을 내고 또 좌절하고...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위해 여기까지 달려왔을까?



1.5평의 독방에 혼자 오롯이 책이나 핸드폰이 없이 20시간을 보낸다는 것 자체에 참가자들은 많은 두려움을 갖게 한다. 나 또한 처음의 경험은 아니지만, 그 좋은 봄 햇살의 달달한 유혹을 뿌리치고 갇힌 공간에서의 20시간에 대한 약간의 두려움이 밀려왔다. 독방 보다는 햇살좋은 창밖에서 봄을 만끽하고 싶은 욕구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갇혀있다는 것이 이런것일까? 유난히 나무와 바람, 구름, 산중턱에 하늘거리는 봄기운, 햇살의 따스함, 눈앞에 보이는 산의 기운, 이런 자연에 대한 소회가 밀려오기 시작하였다. 나무와 숲 햇살에 감도는 기운 이제 봄이 우리에게 성큼 다가왔는데 갇혀있다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라고 할까?



맛있는 점심 덕분에 독방에의 첫시간은 졸음이 나를 찾아온다. 얼마나 꿈속을 헤메었는지, 정신을 차리고 글을 쓰기 시작하였다. 그동안 나는 어떤 것으로부터 힘들었는지, 아니면 행복했는지, 내 인생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생각이 잘 안난다. 그렇게 과거를 거슬러 올라 생각하고 되새긴 경험들이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오로지 앞을 바라보고 미래를 계획하고 온갖 좋은 말로 과거를 덮어둔 것은 아니었을까?


어린 시절 엄마랑 동생들이랑 한가하고 행복했던 시간들이 있었다. 별것은 아니지만 우리 가족의 평온한 시간들을 나는 잊고 살았다. 좋은 기억들을 되새기고 기억하는 것을 잊고 살았다. 너무 앞만 바라보느라 좋은 것을 많이 놓치고 살았던 것 같다.


지난 삶에 대한 중간 재판으로 판결문을 쓰는 시간에 나의 삶을 객관적으로 되돌아 보며 변호사의 입장에서, 또는 검사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고 글을 쓰는 시간을 가졌다. 많은 사람과의 관계에서 자신만을 생각하고 자기중심적으로 합리화하는 습관을 볼 수 있었다. 고향에 계신 부모님에게 전화한통 없이 그저 만나는 사람들과의 만남을 지속하며 익숙한 만남만을 유지하려고 노력한 자신을 보게 되었다.



80세의 내가 현재의 나한테 편지를 보내는 부분에서 나는 그만 눈물을 참지 못했다. 내안의 소중한 것을 미처 깨닫지 못하고 다른 것에 관심을 가지고, 나 아닌 밖의 것에 매달려 온 내가 너무 가여웠는지,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또한 그동안 내가 만나온 수많은 사람들에게 얼마나 진심으로 성심을 다해 대해왔는지 자문할 때 부끄럽고 죄스러운 마음에 쏟아지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특별히 내가 만나는 기관의 아이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들에게 나는 과연 최선을 다하고 있는가, 진심으로 그들에 대한 깊은 애정을 가지고 아이들을 만나고 있는가...


이렇게라도 알게 되어서 너무 다행이다. 내가 무엇을 놓치고 무엇을 붙잡고 있는지 보게 되어서 너무 감사하다.


새벽시간 108배 절은 언제나 감동이다. 나에게 베어있는 습관과 집착, 나를 억누르는 모든 것을 떨쳐 버리고 가벼워지는 시간이라고 할까? 1배에서 108배에 가까이 갈수록 나의 몸과 마음이 점점 가벼워짐을 느낀다. 이렇게 가벼울 수 있는데 나는 왜 그동안 세상 모든 짐을 껴안고 살아가려고 했을까?



여기서 얻은 감동과 체험을 유지하기를 노력할 것이다. 우리 쉼터의 아이들을 비롯한 모든 사람들을 만날 때 진심으로 만나기를 노력하며, 내안의 것을 소중히 여기고 80세의 내가 후회하지 않도록 넉넉한 마음으로 살아가리라. 언젠가 또 자유로운 내안의 감옥이 그리워질 때 또 찾아오리라


글 | 김은녕 ('나와 세상을 바꾸는 독방 24시간' 참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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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행복공장장
2017.04.12 13:47

나와 세상을 바꾸는 독방 24시간

 

행복공장은 ‘성찰을 통해 개개인이 행복해지고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위기와 갈등을 극복하자는 취지’로 ‘나와 세상을 바꾸는 독방 24시간’ 프로젝트를 기획하였습니다. 3월부터 5월까지 매주말 스무 명 남짓의 사람들이 1.5평 독방에서 자신과 마주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24시간의 고요를 통해 내가 새로워지고 우리 사는 세상이 행복해지면 좋겠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http://happitory.org/relay_intro 에서 볼 수 있습니다)



[감옥에서 온 편지] '내 안의 감옥'으로부터의 편지



사랑하는 딸!


안녕, 여기는 행복공장 수련원이 있는 홍천의 '내 안의 감옥' 속 1.5평의 독방 안이야! 가족 카톡방에 2시부터 앞으로 20시간 정도는 연락이 안될 것이라고 알렸더니 아빠가 전화를 했더구나. "득도해!"라는 농반 진반의 '격려'를 남기고 휴대폰 너머로 아빠의 목소리가 사라지고 휴대폰을 문 아래쪽에 뚫린 배식구 밖으로 내놓자 이제 진짜 세상으로부터 절연된다는 가벼운 긴장감이 들었다고 하면 너는 믿겠니?


역사상 처음으로 대통령이 탄핵되는 참담한 현실을 마주하고, 행복공장으로부터 우리 자신과 우리 사회를 성찰해보는 프로그램을 추진해보자는 제의를 받았을 때, 그 필요성에 동의하면서도 '감옥'이나 '독방'에 가두는 형식이 꺼려진 것은 사실이야. 대학 시절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는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하기도 했던 사람으로서 스스로 구속을 선택한다는 것이 여간 거북하지 않았거든. 더군다나 이 나라에서 감옥의 이미지는 얼마나 끔찍하니?


하지만 이 독방은 꽤나 정갈하다. 커튼으로 가려진 양변기와 작은 세면대, 작은 서랍장, 그리고 책상, 다탁, 받침대 등으로 두루 쓰이는 조그마한 책상 하나가 있다. 창밖에는 싹 틔울 준비에 여념이 없는 잘 생긴 나무들이 도열해 있다. 이것 이외엔 나를 방해할 일상도, 나를 유혹할 책도, 심지어 나를 위무할 음악조차도 없다. 수련원 쪽에서 마련해준 전기주전자와 일인용 다구가 그나마 위안거리라고나 할까. 




사랑하는 딸!


이렇게 모처럼 온전히 혼자가 되었으니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스스로를 돌아보는 데 써볼 생각이다. 수련원 쪽에서 마련해놓은 안내서를 길잡이 삼아. 안내서엔 '지난 삶 돌아보기,'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 '가장 불행했던 순간,' '지난 삶에 대한 중간 재판' 등 여러 가지 생각거리의 예시들이 있단다.


10대, 20대, 30대... 각 시기에 내 인생의 주요 변곡점을 정리하고, 그 가운데 행복했던 순간, 가슴 아팠던 순간들을 정리해 나갔다. 사랑하는 딸들과 각각 함께했던 여행이 행복했던 순간의 앞자리를 차지하고 가슴 아픈 순간의 앞자리는 부모님을 여의었던 일이 차지한 것은 어쩌면 당연하겠지. 그런데 말이다. 그 가운데 가장 행복했던 순간, 가장 불행했던 순간이 무엇이었을까 생각하다가 스스로도 놀라고 말았단다. 행복과 불행이란 감정이 극히 사적인 감정이라고 생각해왔건만, 내게 가장 불행했던 순간은 80년 5월 17일 전두환의 쿠데타였고, 가장 행복한 순간은 한겨레신문의 창간이었으니 말이다.


이렇게 결론을 내린 순간 지난번 네가 했던 말이 떠올라 나도 모르게 움찔했다. 힘들었던 고등학교 시절을 이야기하면서 너는 "왜 엄마는 한 번도 우리들을 위해 바쁜 신문사 대신 좀 더 시간을 많이 낼 수 있는 직장으로 옮기려는 생각을 안 해봤어?"라고 물었었지. 당시에는 그것이 엄마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며, "이젠 엄마의 선택을 이해할 수 있게 됐지만, 당시의 서운한 감정조차 없었던 것으로 돌릴 순 없다"고도 했고. 그런 너에게 이 이야기를 하면 '역시 엄마는 가정이나 가족보다 자신의 일과 사회적 문제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 거야'라고 할 것 같구나. 




하지만 사랑하는 딸!


너도 알다시피 엄마 아빠는 80년 5월에 결혼했다. 한때 학생운동에 투신했던 아빠는 당시 복학생이었고, 엄마는 신문사 기자였지. 당시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살해된 뒤 군부가 지배하는 계엄 상태였지만, 그래도 민주화에 대한 실낱같은 희망이 존재했었다. 언론계에서도 박정희 정권 아래서 짓눌려온 언론의 자유를 되찾기 위한 노력이 벌어지고 있었지. 그러나 전두환의 쿠데타는 그 모든 희망을 완전히 짓뭉갰다. 민주화를 주창하던 사람들은 감옥으로 끌려갔고, 언론자유를 부르짖던 많은 선후배들과 함께 엄마도 강제해직됐다. 역사의 수레바퀴에 짓밟혀 나의 삶은 송두리째 바뀌었다. 그 후 다른 일터를 찾아 밥벌이는 할 수 있었지만, 자유언론에 대한 갈망은 가슴 속에 화인처럼 남았다. 당시에는 가족과의 단란하고 행복한 삶 속에서도 채워지지 않는 빈 공간이 있었다고 말할 수밖에 없구나. 그 빈 공간이 마침내 채워진 것이 한겨레신문의 창간이었어. 자유롭고 민주적인 언론을 바라는 국민들의 귀중한 성금으로 최초의 독립언론이 만들어졌고, 엄마도 그 한 모퉁이를 차지할 수 있게 됐으니 어떻게 기쁘지 않았겠니?


물론 이렇게 정치적 사건이 자신의 삶에 직접 영향을 끼쳤다고 여기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는 않을 거야. 하지만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어느 누구도 우리 정치, 우리 사회의 변화와 무관하게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어. 당장 우리가 다섯 달 가까이 매주 촛불을 들고 추운 거리로 나와야 했던 것도 정치가 우리 삶에 직접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산 증거잖니? 1997년 외환위기 때는 또 어땠니? 김영삼 정부의 무능한 위기 대응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이 거리로 나앉았지. 엄마가 특파원 생활을 접고 중도 귀국한 것도 외환위기 때문이었고.




사랑하는 딸!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우리 사회의 문제, 우리나라의 문제에 대해서 눈감지 말고 책임 있게 행동해야 한다고 생각해. 당장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서도 농단의 주범인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등에 대해서 엄격하게 책임을 묻는 것과 더불어, 그들이 그렇게 하도록 방치한 우리의 책임에 대해서도 반드시 되돌아봐야 할 거야. 박 전 대통령의 한계, 최순실의 존재를 번연히 알면서도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눈감은 과거 새누리당 인사들, 진실에 눈감고 권력을 옹호하기에 급급했던 검찰 등 사법기관, 독립적 자유언론이기를 포기하고 권력의 나팔수를 자임했던 수구언론들이 누구보다 큰 책임을 느껴야겠지. 하지만 팍팍한 삶을 핑계로 그들의 궤변을 따져볼 생각도 않고 이 나라 주인으로서의 책임과 권리를 포기했던 우리들의 책임도 적다고는 할 수 없을 거야.




그래서 말인데, 사랑하는 딸!


이제 촛불시위 과정에서 수없이 외쳤던 "우리가 주인이다"라는 말의 무게를 결코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우리가 외쳤듯이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고 "대한민국의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우리가 이 나라의 주인이라는 것은, 우리가 이 나라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할 주체라는 것이겠지? 주인으로서 우리가 져야 할 가장 큰 책임은 이 나라를 온전한 민주공화국으로 지켜내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해. 우선 이번 선거에서 제대로 된 공복을 뽑고, 그 공복에게 주인인 국민의 뜻을 잘 받들어, 더 나은 나라를 만들도록 요구하고 제대로 하는지 감시할 책임이 있다는 이야기지. 역시 사적인 이야기를 한다는 게 공적인 이야기로 흘러갔구나. 엄마보다 더 성숙해진 딸이니 이젠 엄마의 이 병을 이해하고 용서하겠지? 


진심으로 너를 사랑했으나 언제나 부족했던 엄마가,

홍천 독방에서


글 | 권태선 ('나와 세상을 바꾸는 독방 24시간' 참가자)



원문보기 :

http://www.huffingtonpost.kr/taesun-kwon/story_b_1564911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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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행복공장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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